여전하고나
한강 종군특파원 뉘우스
더는 자전거 여정의 근황을 올리지 않은 게 언제였을까.
글을 더듬어 보니 딱 1년 전이다.
참으로 전쟁 같던 나날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포탄과 빗발 소리 같던 총성 속에서
지난 게 어언 일 년.
실제로 세상에는 우크라이나 말고도 또 중동의 어느 지역에서 치열한 전장이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남의 몸뚱이에 난 총상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내 발가락에 꽂힌 가시인 법.
아프고 아파서 더는 종군을 못 하겠다 마음먹고 그간 모아 오던 자전거도 팔아치우고,
쓸데없이 먼지만 쌓여가던 창고 속 용품들도 다 당근 시장에 내놓거나 누군가에게 줘버리거나.
그러다 보니 어쩌다 당근 시장에서 황금배지?라는 것도 여러 번 받고…….
그리 지냈다.
세월은 역시나 가장 강력한 지우개라 하던가.
시간이 가장 좋은 용매라고 하던가.
2년이 지나고 나니 아직도 전장은 여전한데도, 뭐라도 좀 해볼 마음이 돋아난다.
6.25. 그 비참하고도 무력하게 낙동강까지 밀려나 곧 풍전등화 같던 시절에도 전장 속 빈집을 누비며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훗날을 도모하던 생존력 강한 사람들이나,
포성이 매일 울려 퍼지던 낙동강 전선 너머 추레하던 도시에서도 생뚱맞게 음악감상실도 개업했었다니 말이다.
어쩌면, 조상님들도 당장 내일을 점칠 수 없던 그 시절의 시름을 음악들을 듣고 춤을 추며 한순간이나마 잊으려 했을지도 모를 일이니.
봄꽃이 피자 아이가 어찌한 일로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거의 이 년여 만의 반응이다.
아이와 함께 서울함 공원 근처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미적미적 돌아다녔다.
세상은 늦봄 빛으로 가득하고, 여전히 미친 듯 질주하는 사이클 족과 여전히 와리가리를 하는 따릉이 족들은 그대로더라.
문득 깨달음이 왔다.
석가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던데,
나는 품위 없게도 리셋되다 못해 비루먹은 망아지 같이 말라붙은 종아리로 한강을 바라보며 깨달음 비슷한 걸 얻었다.
그래.
아무도 바라보지 않아.
그리고 아무도 총소리, 대표소리 들리지 않아.
나만 홀로 전장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거야.
종전은 아니어도 지금은 휴전인데.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