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후기
한강 종군 특파원 뉘우스
하트 9번째
원래는 육아 전담으로 아이 레슨 때 말곤 오래 라이딩이 불가하여, 장거리는 엄두도 못 내고 비루한 몸땡이도 이미 초기화가 된 지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찌 오늘 시간이 온전하게 생겨서 크나큰 각오를 하고 하트 코스를 도전해 봅니다.
그런데 몸만 초기화가 된 게 아니라 머리도 초기화가 되었나 봐요.
날씨를 체크하니 분명 오후에 비가 온다고 읽고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서 버렸네요.
그간 브롬톤 우비와 해외 직송 우비까지 사놓곤 말이지요.
=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무튼 욕심부리지 않고 가기로 합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출발해서 처음 반지스 에서 쉬며 군 계란과 비건 커피 플로틴을 먹어봅니다.
오직 건강을 생각한다는 아무 생각 없는 선택.
우웩. 이거 정말 비추입니다. 요새 유행하는 노래 ‘밤양갱’ 만큼이나 달디달고 달디달고 다디단 프로틴. 억지로 삼켜버렸습니다.
단맛과 차디찬 군 계란. 정말 우웩 입니다.
역시나 오늘도 한강은 공사 중이고, 공사 차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합니다.
탄합을 오랜만에 지나쳐 죽어라 달려 과천에 들어서자, 자전거 앞에 매달아 ( 빌런 경보용) 틀어 놓은 스피커에서는 참으로 공교롭게도 에픽하이의 ‘우산’이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바로 비가 쏟아집니다.
거참. 안 그래도 초기화된 체력인데.
비를 피해 봐야 계속될 모양이라 그냥 달리기로 합니다.
오호, 강풍까지 부네요.
흠씬 젖은 옷을 감수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밟습니다.
체감온도=13.12+0.6215*T-11.37*V0.16+0.3956*V0.16*니까 오늘 기준 그 시간 온도 14도, 풍속 6으로 계산하면 16.23℃로 나오네요. 좀 춥더라니.
중간에 마침 안양 자도 옆에 어바인 매장이 있는 게 생각나서 비옷과 긴 장갑을 사서 입으니 좀 낫습니다.
어바인 건너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뜨겁게 한 잔 마시고,
비닐봉지를 얻어 스피커를 둘러싸곤 Queen의 라이브와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며 꾸역꾸역 돌아옵니다.
비도 내리고 바람이 거세니 좋은 점이 있네요.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되는 하루입니다.
비바람이 거세면 빌런이 없다. = 아예 라이더가 없어 호젓하다.
역풍에 느리게 페달을 밟다 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자도 인근의 풀밭들이 자세히 보인다.
비가 오니 공사 차량도 없다. 그야말로 적막강산 寂寞 江山이다.
젖은 바지와 젖은 노면 등등……. 강제로 근력운동을 강화한다.
우중충한 날에는 왜 이리 브롬이 가족이 많지? 주로 레이싱 그린. 무려 8대.
깨달음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전거가 부서지거나 다리가 부서지지 않는 한 라이딩은 계속되어야 한다.
늘 악천후에 대비한 최소의 장비는 갖고 다니자.
열심히 운동하고 보상심리인지 저녁을 많이 먹게 되어 도로 아미타불.
부처님 오신 날 기념으로 하트 9번으로 예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