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정치다!
건축이 말을 거네 52
건축은 정치다!
앞서 51편에서 건축은 정치인가?라는 화두로 생각을 끄집어내었다.
그게 4월 말이었고 그간 다시 깨달은 바가 있어서 다시 화두를 돌아보았다.
현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
이라크, 이란에 걸쳐있는 지구라트.
고대 불가사의에 들어가는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
이집트의 대 피라미드. 왕들의 계곡.
남미의 피라미드와 잉카문명의 마추픽추.
그리스의 신전과 아고라.
로마의 판테온과 콜로세움.
중동의 이슬람 사원 들.
유럽의 고딕 성당들.
바티칸 시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에 걸쳐 남겨진 무굴제국의 건축들.
그리고 그 유명한 타지마할.
티베트의 포칼라 궁.
라싸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수많은 사원들.
중국의 자금성과 수많은 성곽. 그리고 만리장성.
일본의 신사들과 오사카 궁.
경복궁. 덕수궁. 고려시대의 사찰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영국 버킹엄 궁전.
가우디의 성가족 교회.
여의도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이 많은, 조금은 익숙하거나 여행에서 보셨을 건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정치+종교 가 결합된 건물들이다.
물론 과거 제정일치 사회구조에서 왕정사회로의 변화, 그리고 다시 신권을 부르짖은 로마 교황과 당시 지역 왕들의 경합. 군사적 이유, 경제적 이유, 또는 무덤.
고대의 그리고 현대에서 조차 사실은 필요하지 않은 거대한 건축물이 세워지는 경우엔 반드시 정치적 역학관계와 경제적인 이유들이 결합하며, 종교도 빠지지 않는다.
일부 몇몇 건축관련자 (그들을 건축가라 부르건 뭐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들은 정치인, 종교인, 기업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명성에 한 획을 그을 랜드마크를 남기려고 동분서주한다.
가장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되는 네옴시티가 그러하다.
물론 이미 완공된 두바이의 건물들과 도시계획도 그러하고.
이 모든 결과와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 진행형인 프로젝트들은 거시적인 안목에서는 정치인의 기념비를 만들거나 경제력, 국가 파워의 과시이거나 지만 결과적으로는 후손에게는 문화유산으로 남아 관광사업으로 후손에게 일조를 하니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당대에 고단한 혹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중노동을 겪다 스러진 이들의 후손들이 대부분 일거니 조상들의 희생으로 보은을 받는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 그런 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던 제국들은 거의 몰락했다.
세계를 뒤흔들었던 제국들 중에 건축적 성과를 남기지 않은 것은 유일하게 ‘몽골’ 일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았는가.
대통령 임기는 5년, 선출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는 4년.
보통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사전 준비만 2~3년. 시행만 4~5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선출직 공무원들은 자신의 임기 내에 꼭 괄목할 만한 흔적을 남기려고 필사적이다.
연임이 된다면 덜할까.
정당의 성격을 막론하고, 그 누가 선출이 된다 해도 자신의 임기 내에 ‘뭔가’를 남기려고 애쓴다.
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정치가는 업적을 남긴다고 하나. 아닌가.
기업인들은 어떤 정권이라 해도 적대적일 수 없다.
기업에 관한 행정권한을 가진 게 정부이니까.
국회의원들은 큰 기업에 대해 적대적 일 수 없다.
어떤 경로이건 그들의 후원 없이 정치적 생명을 부지하기엔 곤궁하니까.
결국 상부상조하는 구조는 필연적이다.
그건 정치적 랜드마크를 기획하는 건축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디자인 실력이 있다 해도 결국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게 하는 것은 돈을 내는 정부나 기업가, 건축주이며, 좋은 아이디어를 법적으로 승인해 주는 것은 결국 선출직 자치단체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대규모가 된다면 국토부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대개의 공무원들은 한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승진과 인사이동에 따라 여기저기 부서와 지역을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이름 석자를 어떤 서류에도 책임지는 걸로 남기기를 싫어한다.
자기 보호 본능이니 뭐라 할 수 없다.
안토니우 가우디의 성 가족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지어지고 있는 130여 년간 불법 건축물이었음은 아는 사람은 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우디의 걸작이라는 건축들이 대개 불법과 무단으로 지어진 건물들임을 건축쟁이들은 안다.
가우디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건물 대부분은 건축주이자 평생의 후원자이던 에우세비 구엘 백작이 없었다면 대부분 구현이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적, 재력으로 거칠게 없던 후원자의 도움으로 가우디는 당대 건축허가 기준을 넘어서는 건물들을 마음껏 지을 수도 있었고, 결과는 아름답게 남았다.
건축이 말을 거네 17편에서 국회의사당에 왜 뜬금없이 ‘돔’이 생겼는지를 언급하였었다.
물론 그 돔에서 로봇 태권브이가 국가 위기 시에 출동할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중에 하나의 챕터로 언급하고 싶은 건물 중에 예술의 전당도 포함된다.
예술의 전당은 자가용이 아니라면 다소 불편한 자리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시 건축가의 의도가 아니었고, 디자인의 일부분도 그렇다.
세종문화회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연유들을 대충 더듬어 알고 있는 나로서는,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을 이 불경기에 끌어올리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어떤 종교단체든 가입해서 중역의 자리에 오르고,
거기서 소개받은 정치인을 통해 지역구 선출단체장으로 ( 가능하면 내 사업장이 있는 구역으로 ) 발탁돼야 한다.
그리곤 내 지분은 남겨두고 바지 대표이사를 내세우곤, (가능하면 여성 CEO) 중소기업, 벤처기업, 여성 CEO, 구 지정 우수기업 등등으로 포장을 하여 5천 이내의 금액으로 지정 수의계약으로 설계를 하고, 기타 기존 협력사들을 제한경쟁입찰에 들러리로 내세워 사업을 따면 된다.
물론 다른 회사를 내세워 사업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를 받으면 금상첨화다.
그 수익으로 종교단체에 기부를 하고... 그럼 세금이 덜 붙으니까.
종교단체 법인을 만들어서 단체 이름으로 ‘종교시설’로 건물을 소유하고....
지역구 시유지를 이용하여 저렴한 주차시설도 만들어서 건물 가치를 높이고...
이거 참.
생각만 해도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