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싫어!
평화로운 초딩생활 5
요즘 나는 학교에 가는 게 좀 싫어졌다.
공부가 싫어진 건 아니다.
아빠가 가끔 공부하기 싫냐? 고 묻는데, 맹세코 그건 절대 아니다.
4학년이 되고서 이상할 정도로 빌런이 많아졌다.
남자애들은 아빠의 말대로 ‘말하는 야생동물’ 급이 되었고, 여자애들도 보면 다 함께 놀면 좋은데 여기저기 패거리를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따돌리려고 하거나.
평화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좀 당황스럽다.
아니 솔직히! 겁나 당황스럽다니까.
3학년 때 문제가 많던 남자애들은 방학이 끝나고 4학년으로 올라오니 어쩐지 좀 얌전? 까진 아니어도 3학년 때처럼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3학년에서 그다지 난리적은 아니던 남자애들이 하나같이 빌런화가 되었다.
왜 남자애들만? 일수 있는데, 여자애들은 빌런 이래 봤자 뒤에서 남들 흉을 보거나 개무시하는 정도지만, 남자애들은 원숭이들처럼 꺄악꺄악 소리 지르고 사물함 위로 올라가고 책상을 넘어트리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휘두르니 정말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여자애들을 위협하면서 실수라고 하며 발로 차거나 주먹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자애들이 울고 그러면 담임샘에게 말씀을 드리는데, 그럴 때 담임샘은 늘 서로 화해하라고 하고, 여자애가 우느라 흑흑 대고 있으면 친구가 화해 하자하면 대답을 해야지? 하고 오히려 여자애를 나무라신다.
아무래도 선생님은 ‘친구’라는 말을 오해하고 계신 거 같다.
길거리에서 모를 개가 막 물려고 덤벼들고, 야생 원숭이가 갑자기 어깨로 뛰어올라 머리칼을 쥐 뜯으면 그게 친구라고 하나?
당췌 모르겠음.
근데 3주 전에 담임샘이 갑자기 병가를 내셨다.
그리 아파 보이진 않으셨는데 아무튼 2주간 병가를 가셨다.
여자애들은 모여서 수군거리며 샘이 많이 아프신가 걱정을 했다.
그리고 2주간 대리 담임샘을 하실 샘을 교감샘이 데려와서 소개했다.
그런데!
새 담임샘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담임 샘이 바뀌어도 여전해야 할 그 빌런자식들이 일제히 입을 다무는 것이다!
하긴 나도 솔직히 좀 무섭긴 했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하시고, 조금 꿈틀대는 애들이 있으면 ‘ 너 뭐니? 문제 있니? ’ 하시며 날카롭게 노려보시면 다들 집에서 키우던 달팽이처럼 목이 쑥 들어갔다.
쉬는 시간에도 뛰거나 소리 지르지 않았다!
비로소 우리 반에는 진정한 ‘평화’가 생겼다.
빌런들은 마치 양 떼처럼 조용해졌고, 쉬는 시간에 여자애들에게 발길질하는 애들도 다 없어졌다.
학교가 넘나 평화로우니 5층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담임샘이 병가가 끝나서 돌아오셨다.
아.... 개걱정....
그리고 그날 우리 반의 평화는 아주 멀리 사라졌다.
남자애들은 다시 원숭이로 돌아왔고, 여기저기 그간 조용하던 나날들이 있었나 싶게 여자애들은 쉬는 시간마다 울음을 터뜨리고.
아, 학교 가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