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떼는 말이야 7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by 능선오름

딸.

아빤 너에게 늘 미안한 점이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게 어린 너에게 아빠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르쳤다는 거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빠가 나이가 있고 좀 현실적인 면이 있다 보니까 아직은 어린 너에게 세상의 실상을 민낯 그대로 이야기해 준 적이 많지.


변명하자면, 아빠가 이 글을 미리 쓰는 이유와 엇비슷해.

나중에 네가 자라면서 내게 조언을 듣거나 혹은 이해를 할 겨를이 없을까 봐,

미리 앞서서 이른바 ‘세상살이’를 사실대로 말해주곤 했었지.

네가 ‘아빠 때문에 다섯 살 때부터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알아버렸다니까?’

하며 툴툴대는 원인이 바로 아빠인 거 맞아.

아빠가 좀 더 젊어서 너와 지낼 시간들이 넉넉하다고 생각했다면 안 그랬을지도 몰라.

어린 유아기에 가졌던 막연한 상상들이 너의 생각을 더 넓게 만들지도 모르니 말이야.


아빤 그렇지 못했기도 하고,

분명히 몇 년 후면 저건 거짓이라는 걸 빤히 알게 될 사실을 두고 네 앞에서 안 그런 척하기는 좀 어려웠어.

그 여파로 네가 나이답지 않게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냉소적인 말들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가슴이 쿡 찔리면서 네게 미안해지곤 하지.

그런데, 아마 이전으로 돌아갔더라도 아빠는 크게 다르게 말해주진 않을 것 같아.

예를 들어 네가 아빠에게 ‘아빠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는 거지’라고 묻는다면,

아빠는 ‘글쎄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고 그렇다는 증거도 없으니 모르지? ’라고 말할 거야.


좀 냉정하지만,

우리가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을 하고 이야기 나누다가,

갑자기 그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해 먹는 건 또 별개의 문제잖아?

그래서 아빠는 네가 그런 혼란을 가지기보다는 세상의 섭리.

이를테면 약육강식, 자연도태.

이런 것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세상살이를 평이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랐었어.

너무 조기교육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다 보니 너도 아빠만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비판적이고,

좀 회의적인 면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걱정은 돼.

지금까지 그렇게 교육해놓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다고 번복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아빠는 분명히 세상이 생각보다 정의롭지도 아름다운 결말로 가득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안 해.

세상살이라는 게 사람의 의지나 노력과 달리 변수가 너무 많거든.

그렇지만 또 한편.

살아가는 사람이 조금만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고 다른 각도에서 살아보면 또 세상처럼 아름다운 곳이 없다는 생각도 해.


몇 가지 전제조건은 필요할 거야.

일단 배고프고 춥고 잠잘 곳이 없다면 절대 아름다울 리가 없겠지.

온종일 하기 싫은 일을 반복해가며 그 일이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면 아름다울 리가 없어.

누군가가 너의 자유를 핍박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 하게 만든다면 마찬가지일 거고.

그러면 반대로,

네가 네 자유의지를 가지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춥고 배고프지 않게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아름답게 느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지.


어느 정도의 여유로움이 너에게 아늑함을 줄는지는 몰라.

그거야말로 상대적인 일이니까.

남미 산속에서 일평생 거친 농사를 일구며 살아온 90대 할머니가,

자신이 행복하고 세상은 아름답다고 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

왜냐고 촬영기사가 물으니까,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할 일이 있으니까 라는 어찌 보면 판에 박힌 답변이었지.

그런데 그게 진실에 가까울 거야.

욕심이 적고 소박한 바람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딸아.

너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거야?

그건 네 선택이야.

각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게 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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