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떼는 말이야 8

뭐가 되고 싶은 건데?

by 능선오름

넌 무엇을 하고 싶니?

딸.

이 글을 네가 읽을 수 있을 때면 네가 장래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선택이 되었을까?

아빠는 현재 알 수 없지만, 네가 현명한 선택을 했으리라고 기대해.

아빠는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아빠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었거든.

너무 무책임하고 무방비했던 거 아니냐고?

맞아. 아마도 아빠의 몽상적인 성향이 또렷한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했었겠지.


변명하자면 아빠 시절에는 직업에 대해 선택 기준이 좀 모호했었어.

물론 그중에도 똘똘한 친구들은 일찌감치 직업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시절에는 대개 문과, 이과로 갈리는 고교시절에도,

개인의 성향보다는 성적에 의해서 문과 이과로 갈리는 경우가 많았었어.

게다가 좀 사는 집 아이들 아니고선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이과로 가게 되는 게 일반적이었고.

대학 학과도 각자의 성향보다는 성적순,

그리고 갈 수 있는 과로 무작정 진로를 유도하는 일이 많았었지.


더더구나 아빠는 당시에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누워계시던 상황이라,

도저히 대학 진학을 욕심내긴 어려운 형편이었었어.

그래서 어찌어찌 군대에 취업?을 하게 되고,

전역 후에도 어찌어찌 가장 가깝고 쉽게 접근이 되는 쪽으로 취업을 하다 보니,

현재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빠의 어린 시절에 지금만큼이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가 쉽고,

주변에 장래 직업에 대해 조언해줄 멘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지금의 너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도 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도 하고,

때로 미용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가 당연하겠지만 우왕좌왕하지.

고백하는데 아빠가 네 나이 때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단다.

웃을 일이지만 그랬어. 그렇게 철이 없었지.

그러면서도 학교에서 백일장을 할 때는 뜬금없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라는 가소로운? 희망을 적어서 칭찬을 받은 적도 있지만.

아무튼 네가 직업을 선택하려면 첫째로 생각할 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가 중요해.

물론 세상에서 직업을 가진 대다수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진 않아.

그리고 하고 싶던 일을 선택했더라도,

현실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중간에 진로를 바꾸기도 하고.


아빠도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 인기는 한데,

솔직히 아빠의 생각에 기준은 명료한 거 같아.

어떤 직업을 선택한다고 해도,

일단 그 일에서 얻어지는 결과와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쉽게 실망할 거라는 거.

단언컨대 ‘가성비’가 중요하다는 말이야.

너의 소중한 인생 시간을 투자해서 뭔가 일을 했는데,

그게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일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지.

물론 그것과 별개로,

그 일이 너무 좋아서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해도 천직이라는 마음을 갖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고일 거야.

자기만족이 중요하니까.


다만 아빠가 돈벌레처럼 가성비,

돈 되는 일 운운하는 건 직업적 만족도가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강조하는 거야.

직업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성인에겐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그 당연함에는 반드시 일을 통한 ‘돈벌이’가 핵심이거든.

네게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해서 ‘돈’되는 일을 하지 않고,

일평생 돈이 안돼도 하고 싶고 재미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다면야 아무 문제가 안되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아빠가 그 정도 능력은 안되지 않니?

그렇기에 네가 고를 직업은 네 시간을 투자하는 대비 가성비가 좋은 게 좋다는 말이지.


물론 어느 분야에서든 처음에는 가성비가 나쁘고,

나중에 그 분야에서 익숙해질수록 가성비가 높아지는 건 맞아.

그런데 그것도,

그 분야의 나이 든 경력자를 봤을 때 받는 돈은 클지 몰라도,

시간을 온전히 다 투입하는 상태라면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야.

어려운 이야기지.

안정적이고 세상의 변화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자기 시간을 보장받기 좋고 돈도 잘 벌 수 있는 직업이라.

그야말로 꿈의 직업 아닐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독하게 마음먹고 최단시간에 네가 목표로 하는

( 경제적 구속을 받지 않을 정도의 재산을 모을 수 있는 ) 수치를 정하고,

그 기간 동안 열심히 모아서 자유롭게 사는 방법도 있겠지.

다만 그런 게 참 쉽지 않다는 거지만.

아빠도 그랬었거든.

정말 한눈 안 팔고 열심히 살면, 적어도 사십 대 초에는 좀 여유롭지 않을까.

같은 방법으로 사십 대를 열심히 살면 오십 대에는 좀 여유롭게 되지 않을까.

아빠의 큰 착각은.

누구나 다 ‘열심히’ 산다는 거야.

세상을 열심히 살면, 자기 직업에서 열심히 하면,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잘살게 되고 여유가 생긴다? 착각이야.

누구나 다 열심히 살고 있고 열심히 일 하고 있거든.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거지.

그러므로 열심히 세상을 살고 자기가 택한 길에서 열심히 일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야.

그에 더해서, 타인들과 달리 자신이 특출하거나,

혹은 목표가 뚜렷해서 현재의 자기 시간과 돈을 희생해서라도,

빠른 나이에 자유로움을 꿈꾼다면 좀 다르겠지.


아빠가 생각하는 세상은 늘 일정한 분량의 ‘여유’가 있어.

돈도 시간도.

남아도는 여유 같은 건 없다는 거야.

그 나눌 수 있는 일정한 분량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분량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거지.

즉 한쪽에서 어느 정도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면 다른 한쪽은 가져갈 게 없어.

냉정하지만 그게 세상의 이치야.

고대에도 그랬고 현대에서도,

늘 극소수만이 경제적이고 시간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렴.

힘들겠지만, 그게 도리 없는 경쟁사회라....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니.

그렇다면 너의 궂은일을 대신해줄 사람은 또 누구이겠니.

'잘 산다'라는 개념이 타인의 뒤처리를 해주고 살아도,

나는 행복하며 잘살아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현실이 그렇다는 걸 인정하자.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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