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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초딩생활 10
아빠가 가끔 거실에서 유튜브를 본다.
아빠의 취향은 좀 괴랄해서 매일 주먹질이 오가는 격투기 경기나 매일 총질이 오가는 영화 같은 걸 본다.
그것보다는 로블록스가 더 잼나는데.
근데 총질이 오가는 영화들도 다 보는 게 아니라 유튜버가 편집해 놓은 걸 본다.
하긴, 아빠는 30분 이상 소파에 앉아 있지 못하는 부산스러운 사람이니까.
늘 시작하는 내레이션은 이렇다.
‘ 오늘도 평화로운 레바논의 한 테러단체 기지’
‘오늘도 평화로운 남미 정글의 마약왕 근거지’
‘ 오늘도 평화로운 2차 대전의 한 전쟁터’
음.... 어째 우리 반과 비슷한데.
늘 평화롭다.
담임샘은 지난 학기 때 ‘갑자기’ 주중에 시작해서 20일 정도 병가를 가셨었다.
처음에는 우리 반에 빌런이 너무 많아서 힘드셔서 병이 나셨다고 여자애들은 걱정하고,
남자애들은 이제 담임샘이 없다고 신이 났다.
지들이 언제 담임샘 눈치라도 본 적이 있나.
그런데!
임시로 오신 담임샘도 같은 여자 샘이었는데, 그날 바로 빌런들이 정상인이 되었다??
- 샘, 나 공부하기 싫....
- 입 다물고, 책 펴. 앞으로 수업시간에 떠들면 혼난다.
세상에! 저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동안 샘이 뭐라거나 말거나 삼각자 던지고 아예 뒤로 돌아앉아 떠들던 애들이 급 모범생으로 변한 거다.
물론 20일 후 담임샘이 돌아온 이후론 그냥 다……. 원위치.
그런데 또 담임샘이 2주 동안 병가를 가신다는 거다.
나와 여자애들은 꽤 기대하고 새로 오실 임시 담임샘을 기다렸었다.
그랬는데…….
새로 오신 샘은 아무래도 귀가 어두우신 것 같다.
남자애들이 뒤돌아 앉아서 막 떠들거나 수업시간에 컴퍼스를 던지거나,
욕설하거나 여자애를 때려 울려도 그냥 ‘진도’ 나가신다.
이런.
그냥 담임샘이 빨리 오시는 게 좋겠는데.
여튼 오늘도 평화로운 2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