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다

깨달음의 끝

by 능선오름

이팝나무 꽃처럼

하이얀 머리카락 어머니가

작은방을 치우라고 아들 자야 한다고

이팝나무 꽃처럼 하얗게 머리 세어버린 누님에게 닦달하신다


우리 막내아들 잠자야 하는데

왜 작은 방을 치우지 않냐고

아들은 서울에서 살고 있노라 말씀드려도

그저 고갯짓만 도리도리 하시네


영상통화로 손녀딸을 보여주자

쟤 누구냐고 하신다

너랑 늘 함께 오는 쟤 누구냐고

금쪽같은 손녀라고 하시던 시절도 잊고

당신 손녀 낯을 잊어버릴 만큼


구십 년이라는 세월에 부대끼다 보니

헤아리기 어려운 기다림과 자각에 지쳐

뭇 가요의 노랫말처럼

이제 모두 잊기로 하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득도하셨네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