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자들
어머니 일로 급히 대전을 다녀옵니다.
대전역이 경부. 호남선이 교차하는 지점이긴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사나흘 전에 예매를 해도 늘 좌석이 부족하더군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말이지요.
우연한 일인지는 몰라도 대전 빵집이 언제부터인가 빵성지가 된 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네요.
일단 대전역에 드나드는 승객 1/3은 그 집 빵봉투를 들고 다니니 말입니다.
빵케팅과 SNS 인증 열풍의 수혜자라고 할까.
저는 어머니가 대전에 살고 계시니 월 한 번 이상은 오가는 편이고 예전에는 그 집 빵을 몇 번 산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빵은 아닙니다.
주로 내세운 메뉴들이 대개 기름에 튀긴 빵 타입이라 너무 기름져서 그렇고 당도도 높아서요.
그러나 전국 소문난 빵집들을 떼 지어 순례 인증하는 빵지순례자들이 많다 하니 뭐 각기 취향이겠지요.
이따금 의문은 듭니다.
보통 특정 음식들이 유행을 타곤 하는데 예전 안동찜닭부터 시작해서 뭐든 조금만 이름을 타면 전국유행이 되고, 일시적으로 전 국민이 특정 음식에 대한 추종자가 되는 것은 대체 왜일까요.
대개 크게 소문난 음식들이 정작 대해보면 그저 그런 경우가 많은데 말입니다.
유명한 두물머리 핫도그.
땀 흘려 자전거를 타고 가서 먹어보면 그냥… 음… 겉에 튀김옷이 두터운 핫도그(콘도그).
대개 유명세에 비해서 평균 수준 이상인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입맛이 엄청 예민한 편은 아니기도 하고, 어릴 적 주입된 ‘ 입에 들어갈 수 있는 음식은 다 먹을 수 있다?’라는 세뇌교육 덕분? 에 난생처음 먹는 음식이나 해외의 이국적 음식도 잘 먹는 편입니다만.
순례를 다니고 오픈런을 할 정도로 유명맛집이라면 정말 환상적인 맛과 대기시간 대비 가성비가 좋아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 정도로 다시 가고 싶고 먹고 싶었던 식당은 딱히 거의 없었던 기억입니다.
요새는 유튜브를 타고 불닭면 먹는 방법 같은 것도 유행하는 거 같은데.
이름난 맛집들이라는 게 정작 먹어보면... 그냥 그런 것도 많고.
그나마 기억에 남는 몇 군데가 있는데.
30년 전 명동 뒷골목 냉면 집 건너편에 곰돌이 참국수라는 집이 기억납니다.
그냥 고깃국물이 진하고 면도 중면 정도 굵기의 생면인데 지금도 가끔 기억나거든요.
몇 년 전에 가보니 가게가 없어져서 아쉬웠습니다.
알아보니 서초동에 재오픈을 한 모양이더군요. 언젠가 일부러 발품을 팔아서라도 가봐야겠어요.
지금도 명동거리에 있는 충무김밥도 그렇고요.
과거와는 약간 달라진 맛과 서비스가 아쉬웠어요.
예전에는 오징어무침과 무김치는 정말 무한대로 줬었거든요.
스테인리스 컵에 육수가 떨어지면 직원이 스윽 둘러보다 알아서 채워줬고요.
요즘은 오징어무침을 1회만 무료로 제공하는 모양입니다.
천성이 먹을 것은 그냥 배를 채우면 된다는 주의라서, 줄 서서 음식점 앞에 대기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오픈런을 하고 있으면 그냥 옆집에 가는 편이어서요.
그래도 가끔은, 일부러 가서 먹고 싶은 식당이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