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말을 거네 57

난국

by 능선오름


이거 참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 인천의 한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일부 세대에서 곰팡이와 혹파리가 대거 발견됐다는 소식인데요,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을 텐데 입주민들 상심이 크겠네요.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1천800여 세대 중에 35세대에서 주방과 화장대, 붙박이 가구에 곰팡이가 피고, 거실과 안방 창틀에 혹파리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민원이 지난 4월부터 140건 넘게 제기됐습니다.

신축 아파트 불청객으로 불리는 혹파리는 목재 가구 틈새에서 부화해 성충이 되고 곰팡이를 먹고 자랍니다.

특히 수입 목재는 긴 운송 시간과 장마철 등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게 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곰팡이가 피면 혹파리 개체 수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민원이 쏟아지자 시공사 측은 가구 겉면 필름을 교체하고 전문 업체를 통한 방역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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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뉴스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아니,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모두 나오는 것 같다.

이건 아파트 인테리어의 문제가 아닌 옵션이나 기본으로 나오는 가구류 들에서 생기는 문제다.

아마도 자체 인테리어를 한 가구들은 이런 일이 적을 것이다.

대개 아파트 신규 입주 때는 풀옵션 혹은 기본옵션으로 선택을 하게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규모로 신발장, 싱크대, 붙박이장, 팬트리, 옷장 등등이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옵션이다.


그리고 그런 가구들의 몸체, 이를테면 장의 구조를 지탱하는 것들은 대개 파티클 보드(칩보드)라고 불리는 자재로 쓰인다.

그것은 목재를 켜서 나오는 칩 들을 접착제로 붙여 판재로 만든 것이다.

때문에 중간중간에 공극 (빈틈) 이 많다.

판의 면은 반듯해도 단면에는 틈이 많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MDF/HDF라고 불리는 중밀도/고밀도 섬유판은 나뭇가루를 수지와 압착해서 만든 형태라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공극이 없다.

일반적인 판재 (원목)는 가격도 높고 잘 휘기 때문에 그런 가구용 도로 쓰이지 않는다.

무엇이 더 저렴할까?

당연히 칩보드다. 저렴하고 중밀도 섬유판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주방가구와 다른 고정가구의 구조재로 잘 이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공극이 많은 자재를 쌓아두면, 열대지방이 아니어도 벌레들이 알을 낳기 좋은 구조가 된다.

그러면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포르말린 같은 방부제를 잔뜩 뿌리면 괜찮겠지만, 그건 입주자에겐 혹파리 보다 더 나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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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용을 써도 중밀도 섬유판을 사용하면 그럴 일이 줄어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요즘 일반 건축 분양가가 높아지고, 조합원들 마저 비용을 더 내야 입주가 가능한 역전 시장이 되고부터는 옵션으로 들어가는 가구에 돈을 많이 들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건축에 있어서 품질에 대한 문제는 모두 비용으로 귀결된다.

싸게 좋게 만드는 방법은 없다.

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그만큼 품질이 좋아지는 법이니까.

보통, 아파트의 구조와 창호 같은 부분들은 민감하지만 옵션형 가구에 대하여는 좀 덜한 편이다.

그런데 정작 ‘아파트 증후군’이라 불리는 VOCs 가 발생 하는 것은 대부분 가구류 다.

옵션 가구 말고도 그렇다.

그럴듯한 브랜드의 소파, 장롱 같은 류의 가구들이 속이 멀쩡한 것은 또 아니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지는 않지만, 모든 가구를 뒤집어 보면 겉이 말짱한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어도 그 속은 엉망으로 부자재가 들어간 경우가 허다하다.


왜?

그것도 가격 문제다.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판다라는 논리는 아니다.

똑같은 가죽소파도 해외 브랜드 가구 중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고가의 가구들이 있다.

심한 것은 싱크대의 장 문짝 한 개가 백만 원 넘는 제품들도 많으니까.

비싼데, 비싼 만큼 좋은 재료에 많은 공정이 들어가서 좋은 것이다.

하지만 서민 아파트에 그런 것을 쓸 수는 없고, 이윤은 남겨야 하니 대량으로 납품하는 업체에 의존하면 당연히 중국이나 동남아 공장에 의뢰하여 대량 납품을 받게 되니까 품질관리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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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천공항을 처음 개통할 때, 인천공항 고속도로 위의 특이한 형태에 수많은 가로등이 있었지 않나?

그 당시 수도권에 있는, 문래동부터 경기권 가구단지까지 모든 금속 하청공장에서 만들었던 게 바로 그 가로등 들이다.

단시간에 수백 개가 넘는 가로등을 주문 제작하려다 보니 그렇게 대량을 취급하는 공장이 없으니, 온갖 소규모 사업장이 총동원되어 하청에 재하청을 받았던 것이다.

결국 시장이 작으면 공급처도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납품 기간이 적게 잡히니까 다들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참, 총체적인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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