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말을 거네 58

웃기는 부동산

by 능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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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매체에 등장하는 뉴스들에 빠지지 않는 게 000 배우 백억 대 아파트에서....라는 식의 미끼다.

뭐 뻑하면 다 수십억 대 백억 대 아파트에서 산다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한강뷰, 남산뷰 어쩌고 그래서 수십억 대 어쩌고.

자. 의식주 중에 ‘주’가 집이다.

그런데 이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주의식’으로 순서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밥은 편의점에서 해결해도 가격대 높은 아파트에 사는 게 최선책으로 꼽힐 정도이니까.

자, 최근에 가장 가격대 높고 말도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호텔식 아침제공이 중단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가격이 높고 이용률이 낮다는 문제) 공동시설에서 공용샴푸나 타월을 집어간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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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국평형 아파트라고 해도 년 재산세가 아래와 같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내 처지에서는 매년 고오급 자전거 한 대 씩 날아간다.

십 년이면 고오급 승용차 한 대가 날아가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따져보면 개이득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럼 삶의 질은? 고오급 아파트에 사는 만큼 모든 게 고오급 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월급 모아 재산세 내고 관리비 내기 바쁘다? 이건 좀 코미디 같다.

평당 관리비가 기본 1만 원 이상이라고 하니, 그 외에 공동 관리비 등등... 을 따져보면 월 백만 원 이상은 훌쩍 나오겠지.

그렇지 못한 변방의 주상복합에 사는 나도 월 칠팔십만 원은 기본으로 나오니까.

그러면. 그곳에 입주해 사는 모든 사람들은 최소 월 몇 백 정도는 세금과 기타 유지비용으로 써도 괜찮은 고소득 직종이어야 하겠지.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한 세상 살아가는 비용을 그렇게 많이 내는 게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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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출연하면 수천만 원 버는 연예인들이나, 강남에 건물을 보유해서 월 몇 천만 원씩 월세 받는 사람들이야 뭐 자기 수입 대비 생활비 비율을 다져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

그런데 그냥 평범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인데, 어쩌다 보니 물려받은 서민 아파트가 재건축에 휘말려 이렇게 되어버린 경우는 좀 다르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부부 둘이서 연간 열심히 벌어서 다 ‘집’에 관련된 돈으로 쏟아부으니 하는 말이다.

물론 몇 십억을 깔고 산다는 자긍심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긍심 유지비로 인생을 몰빵 하면서 다른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온전히 다 제외시키는 삶.

그게 행복한지도 모르겠고, 이제 ‘주의식’ 순서도 아닌 ‘부의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주거= 부의 상징으로 변해 버렸으니 말이다.

음... 이번 생에는 그런 고오급 주택에 들어갈 가능성이 전무한 내 처지에서는 샘이 나기도 하겠지만 일생을 주택에 들이붓는 프로세스는 좀 사양하고 싶다.


살아보니 인생이 긴 것 같아도 길지 않더라.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부동산을 통해 돈 버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그 부동산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삶의 즐거움들을 모조리 희생시켜야 한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리 해야 자자손손 부의 대물림을 할 수 있다는 자본 논리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인생을 오직 부의 대물림에만 쏟다 보면 많은 인생의 경험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서울에서 가장 평당가 높은 아파트에 살고,

그 앞에 서울에서 내노라는 비싼 물건만 파는 고오급 백화점에 가서 쇼핑하고,

주변의 고오급 식당에서 매 끼니를 해결하고,

그야말로 ‘의식주’를 고오급으로만 누리며 살면 행복한 건가?

어... 행복... 까진 아니어도 자기 만족도는 높겠지.


그러나 아예 대물림받은, 혹은 투자자산이 대박을 터뜨려 돈에 구애를 받지 않고 사는 것이라면 뭐 할 말은 없고 부럽다.

하지만, 일반적인 중산층이 가서 산다면 거꾸로 현타가 올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의 삶의 레벨에 맞춰서 살려면 가랑이 찢어질 지경도 되는 법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라이프 스타일을 즐긴다는 건, 아파트 하나라고 해도 자신의 생활과 취미와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잘’ 해서 삶의 공간에 만족해하는 것.

물론 주변 인프라가 전~혀 없는 신도시의 어느 항구 근처의 고층 아파트단지는 또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인프라.

걸어서 갈 수 있는 식당, 마트, 편의점 정도 있고 치안에 불안할 정도가 아니며, 잘 꾸며진 집에서 경제적으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꼭.

초고가 주택의 펜트하우스 정도에서 살아야 인생에서 성공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만족하는 삶이라면 뭔가 많이 정신적으로 여백이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따금 중세의 성에 사는 귀족들을 보면 기다랗게 놓인 거대한 식탁 끝에서 혼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좌우에 촛불을 켜고 집사들이 도열한 가운데서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결코 행복한 식사로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허상을 좇으며 사는 게 현대인의 삶이라면 참 우습다.

어차피 자연적으로 주어진 생을 다하고 나면 아무리 크게 무덤을 지어봤자 한 줌 일 터인데.

살아 있을 때의 생을 즐기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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