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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56

불경기? 불경기!

by 능선오름

" 지난해 종합 건설 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가 641건으로 2005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비 급등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건설투자 축소에 일감도 줄면서 문을 닫는 건설 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 건설 업체의 폐업 신고는 전년보다 60건(10.3%) 증가한 6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5년(629건) 이후 최대치다. 종합 건설 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건설 경기가 좋았던 2021년 305건에 그쳤으나, 2022년 362건으로 늘어난 후 2023년(581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종합 건설 업체는 가장 최근 집계인 지난해 10월 기준 1만 9242곳으로, 전년 말(1만 9516곳)보다 274곳(-1.4%) 줄었다. 부문별로 건축업(1만 493곳)이 전년 말보다 225곳(-2.1%)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토건(3044)은 38곳(-1.2%), 토목(5222곳)은 21곳(-0.4%)이 감소했다." 조선일보.


과거 IMF 때도 그랬고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불경기의 시작은 늘 건설업 지표부터 시작된다.

타 업종에 비해서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업종이라 그렇고, 무엇을 생산해서 비축했다가 판매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 더 그렇다.

한마디로 거대기업이라 해도 '수주'가 없으면 모든 기업유지비용이 바로 마이너스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주를 기대한다면 최소한의 회사 규모를 유지하지 않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는 현 상태에서 인력 유지를 해야 하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세계적 정세를 눈치 봐야 하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으면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성 건설업체는 피폐해진다.

그래서 알음알음 알고 있는 건설사 대부분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던가 축소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감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시기인데도 구인 광고를 내면 정작 건설업종과 아주 무관한, 나이도 얼추 먹은 사람들이 대거 지원한다.

잘 모르지만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여야 해서 그러한지, 아니면 구직 기간에 건축기술 관련 교육을 받았으니 일단 지원하는 것인지, 아예 이력서의 내용이 전무한 상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문구만 넣는 지원자들도 있다.


작은 회사를 상대로 내는 이력서라 더 성의가 없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분명 건축 관련 직종에서 인원들이 감축이 되고 있고, 매년 관련 전공자들은 졸업하는데 대체 다 어디로 간 걸까?

요즘 트렌드가 힘들고 더럽다 싶은 일이라면 차라리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는 흐름일까?

필요한 인재를 구하는 일은 불경기가 아니거나 불경기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이따금, 핫! 뉴스를 보면 뭐 회계사를 그만두고 도배를 하는 청년, 혹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목수일로 전환했다는 것이 등장하곤 한다.

요즘 세대는 좀 힘들어도 자신이 일을 선택할 수 있고 일이 없을 때는 자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워라밸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데.

정작 건설업 쪽 관리직능은 그것도 없다.

하긴.

현장 기능인들보다 더 낮은 급여로 더 많은 시간 회사에 묶인다고 생각하면 밑지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기능공은 수주가 없으면 그냥 놀아야 한다.

전체 공사가 불황이면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기술은 숙련도가 높아지겠지만, 근력이 떨어지고 눈이 나빠지면서 생각보다 빨리 현장 일을 손 놓게 된다.

각자 장단점이 있고,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이 꿈꾸는 안정적이며 수입도 좋고 워라밸도 보장되는 그런 종류의 직업은 많지 않은데 현실을 깨달으려면 현실에서 수차례 엎어지고 넘어져 가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우리 회사 같은 작은 규모의 건설업체는 좀 만만하지 않을까 싶어 문을 두드리는 거다.

하지만 어쩌랴.

오히려 회사가 작을수록 구성원들이 더 만능이 되어야 하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서 경기가 되살아나고, 어서 투자들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지.

29688-72500.jpg 세계 건설업1위 회사, 한국지사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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