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단상

자전거 전도복음

by 능선오름

자전거 찬양


나는 ‘자덕’은 아니지만.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기다 보면 오가는 라이더들 중에 ‘자덕’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복장부터 자전거까지, 함께 하는 크루들까지 보면 빕숏을 팀복으로 맞춰 입었고,

거의 투르드 프랑스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비교해도 꿀릴 게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한결같이 햇볕에 초콜릿색으로 물든 튼실한 장딴지를 보유하고 있다.

거의 평속 30~50 정도로 보이는 속도를 자랑하며 칙칙폭폭 열차 라이딩을 줄이어서 간다.

(한강 자전거 도로 평속은 20km 이내다)

그런 건 꿈에도 그립지도, 부럽지도 않지만 튼실한 장딴지와 허벅지는 부럽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10년 이상의 라이딩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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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자덕들은, 속도는 내지 않더라도 개인별로 자전거에 온갖 고가의 액세서리들이 붙어 있어서 알아볼 수 있다.

게다가 자전거 가격대만 봐도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모델들을 탄다.

이 분들은 자전거로 운동하는 ‘자덕’이 아니라 자전거 자체에 몰두하는 ‘자덕’이다.

뭐나 낫고 틀리고 그런 건 없다.

‘밀덕’ (밀리터리 마니아)이라고 해서 실제 사격대회에 나가는 것은 아니잖은가.


나 스스로 자전거의 힘을 느낀 것은,

사실 의사가 고형압, 당뇨 전 단계라, 원하면 약을 복용하라는 말을 들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다른 일로 다른 진료과를 방문해도 늘, 간이혈압계 수치를 보고 간호사들이 원래 혈압이 높으시냐, 조금 있다가 다시 측정하겠다 하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배둘레햄은 좀 있어도 그냥 나잇살이지 비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약’ 이야기는 심란했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관련 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도 돌아서.

의사에게 정확하게 들은 팩트는 다르다.

고혈압 약, 당뇨약이라고 무조건 평생 먹는다는 건 아니란다.

다만, 대부분 나이 들어 고혈압, 당뇨 단계가 올 정도면 이미 생활 습관과 식습관, 운동량 등이 꾸준히 축적된 상태라서 그게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란다.

어쨌거나,

저질 체력으로 그토록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결과이니 자전거라도 열심히 타면 체중도 줄고 배둘레햄도 좀 줄고... 기대했었건만.

나 자신의 경험도 그렇고 자전거 카페글도 보니 기대감은 사라진다.

“ 자전거를 타면 체중이 줄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달린 첫 답글.

“ 아니요. 자전거 마일리지만큼 식욕이 늘어서 ‘건강한’ 뚠뚠이가 됩니다. ”


이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할 수 도 없어 주말에나 열심히 자전거를 홀로 타는 편인데 체중이 줄진 않았다.

오히려 늘어버렸다!

자전거에 대한 실력과 체력은 마일리지만큼 (자전거를 탄 평균 거리) 늘어난다고 했는데,

어떤 해는 6천 킬로미터를 탄 적도 있었는데도 체중은 줄지 않는다. gg

그래도 확실하게 달라진 것은 있다.

2021년 봄에 시작을 한 것인데, 23,24,25년도 건강검진 때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로 병원을 가도 혈압이 늘 정상으로 나오니까! 당뇨 수치도 정상으로 나오고.

그러니, 약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몸이 확실하게 증명을 해주니까 나는 자전거 전도사가 되었다.

누가 어디가 시원치 않다고 하면 무조건 자전거 타보라고 하는.

일단 무릎 관절의 연골은 의학적으로 평생 사용 마일리지가 있다고 한다.

즉, 무릎의 연골은 사용하면 닳고, 그 닳는 것은 누구나 비슷한 두께가 있지만 운동한다고 연골이 늘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을 때 운동선수 생활을 많이 한 사람도 중장년에 무릎병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서 등산을 시작한 사람은 멀쩡하던데? 라면 그 사람은 그동안 평생 사용 가능량을 안 채워서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일단 자전거는 무릎 연골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회전하는 무릎운동이라서 주로 근력과 인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니까 좋은 거다.

게다가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코어근육을 사용해야 하니 등과 허리근육을 유지하기도 좋다.

핸들을 단단히 붙잡아야 하니 상체 근육도 사용한다.

무엇보다, 유산소/비산소 운동을 함께 하는 상태이므로 폐활량도 좋아지니 이보다 좋은 게 뭘까.

소위 ‘몸만들기’를 한다며 실내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는 경우도 좋지만, 중량과 그 상황을 즐기는 게 아니라면 단조롭게 운동에 적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전거는 계속 바뀌는 풍경과 바람,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니 ‘즐겁지’는 않더라도 ‘단조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신체 상태와 나이에 맞게 적당히 즐기면서 운동이 되는 것이니 좋다고 할 만하다.


다만,

어느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운동이다 보니 안전에 대한 준비는 필수다.

헬멧은 기본이며, 손을 다치지 않게 반장갑을 끼는 것도 필요하다.

맨손으로 넘어져 바닥을 짚는 것과, 반장갑을 끼고 바닥을 짚는 것은 상처가 다르다.

특히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건 올바른 헬멧 착용이다.

이따금 헬멧은 안전한 것을 썼으나 턱끈을 제대로 매지 않고 덜렁이는 사람들을 본다.

자동차로 치면 시속 10킬로 이상의 속력에서 맨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격이니 정말 위험하다.

가끔은 건설현장 안전모를 쓰는 사람도 볼 수 있는데, 그건 자전거용 안전모가 아니다.

설마 5천 원짜리 건설안전모가 두뇌가 담긴 머리를 제대로 지켜준다는 착각은 아니겠지?

한강에는 의외로 음주운전이 많다.

자전거 도로 곳곳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보면 대낮에 한강라면에 반주삼아 막걸리 맥주, 소주까지 마시는 라이더들이 있다.

엄연히 불법인 데다가, 목숨을 거는 일이며 타인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음주 라이더들의 역주행으로 건강한 삶이 끝장난 경우들이 적지 않다.


요즘엔 웹툰의 악영향으로 브레이크가 없는 경륜용 자전거를 타고 맨머리로 돌아다니는 청소년 무리들도 많은 편이다.

흔히 ‘한강 자전거’라고 불리는 대여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90%는 헬멧이 없다.

과거에는 헬멧도 대여해 줬는데 그게 다 없어져 이젠 자전거만 대여한다고 하더라.

가볍게, 가벼운 차림새로 한강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휘날리다가 사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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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찬양한다. 그 가격 이상의 건강을 돌려주니까.

그러나 자전거 위에 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사고뭉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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