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섬 위의 단상

제주 출정기

by 능선오름

제주도에 며칠간 출장을 다녀왔다.

제주도에 일 때문에 출장을 다녀오기 시작한 시기가 1999년이니 어언 이십오 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제주도는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 桑田碧海’ 그 시절과 비교해 알아보지 못할 곳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제주에 관련된 프로젝트가 잡히면 머리채가 아파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이 프로젝트 자체 보다도 거기에 관련된 행정이나 기타 주변 여건들이 너무나 나쁘다.

혹자는 그것이 제주 특유의 괸당 문화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제주 특유의 배척문화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상하지만, 제주 내 시설들의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파헤쳐보면 낙후되고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엉망진창이란 ‘표준’에서 어긋나게 되어있는 경우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신규로 무언가를 진행하려고 하면 그건 또 표준 ‘이상’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

즉, 과장한다면 99%가 엉망인 현장인데도 1% 새로 들어오는 현장에는 기존 현장에 듣도 보도 못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엉망이었다고 지금도 엉망으로 하자는 편법 종용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공항시설 같은 곳의 규정 그 이상의 규정을 요구하고 집요하게 원칙도 아닌 제주만의 원칙을 들이대는 것을 보면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작 그들의 평소 관리상태를 보면, 내가 어떤 감리자의 위치에 있다고 본다면 지적질 리포트가 책 한 권은 훌쩍 넘을 정도로 나태하고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데,

유난하게 신규 입점 브랜드의 공사에 대하여는 마치 이 공사 건 하나로 그간의 모든 잘잘못을 상쇄라도 할 듯 유난스럽게 구는 것이다.

그것이 과거의 유산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형 제주의 업무 스타일 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행태들이 결코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진행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자 팩트다.

오히려 전혀 전문적이지 못한 이 부서 저 부서의 불협화음 때문에 진행이 지체되고 겹겹이 시행착오들이 누적되는 게 현실이다.

이헌령비헌령 식의 기준 적용과, 난 모르겠다 내 분여가 아니라서 식의 관리자들의 태도는 태만함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책임자인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당신이 건립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이해하겠다.

그러나 그 당시의 데이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건 우리 탓이 아니지 않은가?

당신들의 선배들이 엉망으로 관리해 온 매장을 어쩌다 입점 공사를 진행하는 우리들이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는 이해하지만 허용은 못한다?

그러면 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솔직히 좀 과장해서 생각하면, 이런 업무처리 방식이 일반적인 제주 업무 행정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면,

왜 제주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된다.

단편적인 예를 가지고 왜 제주 행정 자체를 운운하는가 하지는 마시라.

25년 전부터 꾸준하던 행정관습을 두고 말하는 것이니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제주 프로젝트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낭만적인 푸른 섬보다는 무슨 죄수들이 모여서 집단 모의를 해야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된다는 이야기이고.

일을 하는 현지작업자들의 태도도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효율을 떨어뜨린다.

비전문적인 데다 협조적이지도 않다.

마치 돈도 안 받고 무료 봉사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이 부분은 제주 사람들이 말하는 ‘육지 것’으로서 욕을 먹어도 할 수 없다.

지극히 객관적으로 제주 관련 업무를 25년 간 해오면서 느낀 냉정한 현실이니까.

좋게 말하면 느긋한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이상스러운 비교다.

3D 업종의 특성상 약간 비전문적인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섞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현재 하러 온 일에 대하여 늘 비교를 한다.


감귤 따는 일당 일이라던가, 아니면 배 타고 나가서 조업하는 일과의 비교를.

그에 비해서 우리 프로젝트가 힘들다는 둥, 별게 없다는 둥,

안 하고 싶다는 둥,

정작 돈을 벌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온 것이 마치 마지못해 끌려 나온 강제노역처럼 행동하고 최대한 일은 덜하고 돈만 챙기려고 한다.


아...

푸른 섬 제주에 대한 환상 같은 건 깨진 지 오래다.

그래도 어쩌나, 일은 해야 하니까.

일본 식민지 치하 때 억지와 강짜를 부리던 일본 순사들 같은 감독자들과 협상을 해야 하고,

조선 말기 썩어버린 관아의 벼슬아치들과 같이 태만하기 짝이 없는 관리자들을 달래어 일을 진행하는 것도 짜증 나는 일인데 거기에 지리멸렬했던 조선군처럼 방만하기 짝이 없는 작업자들을 어르고 얼러 일을 해야 하다니.

이래서 제주에 ‘일’은 오기가 싫다.

이제 덤으로 ‘놀러’와도 무려 1만 9천 원짜리 라면도 꼴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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