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단상

가을찬가

by 능선오름

흠씬 젖었던 일 주간이 끝난 한강 자전거 도로에는 물오른 풀숲이 울창하다.

왼길 오른 길 할 것 없이 가득한 초록빛 잔치.

볕은 눈 아리게 번뜩하고 바람은 세속적인 표현 그대로 ‘실키’ 하다.

군데군데 젖은 도로는 집사가 아침 청소라도 막 끝낸 듯 말끔하고 찬란한 볕은 자전거에 닿아 사방으로 튄다.

그 옛날 사람들이 혹독한 여름볕 농사를 마치곤 흐뭇하게 감사의 제사를 올렸을 그 마음 조각 한올기 이해가 갈 것 같은 너그러운 시원함 혹은 개운감.

힘껏 페달을 밟기보다는 스르륵 굴러가는 바퀴에 살짝 발만 얹고 흐르듯 가는 라이딩.

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던 옛사람들의 말이 사무치게 와닿는 아침.

오늘은 어느 바람을 따라 자전거를 몰아갈거나.

이정표 없고 정처도 없는 베가본드처럼 오늘 하루는 온전한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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