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단상

깊은 생각을 날려 버리는 방법

by 능선오름


우울증이 오니 자율신경 실조증이 함께 나란히 와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덕분에 유일하게 운동삼아 하던 자전거 타기도 한 달이 넘도록 못하고 있다.

이따금 휴일에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올린 자전거 타는 영상들을 보며 대체하는 꼴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보게 되는 약간 다른 높이의 시선에 감기는 조금 다른 각도의 세상.

그리고 활기 가득한 사람들을 못 본다는 것도 아쉬운 느낌이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다니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러닝을 하거나 혹은 가볍게 산책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늘이라곤 없었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신체활동처럼 활기차고 명랑한 표정들.

그렇다고 해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민 하나 없고 가슴 깊숙이 괴로운 일 하나 없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속에 말 못 할 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징한 햇볕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며 깊이 감춰진 우울의 근원들을 잠시라도 잊고 있을 것이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제삼자의 시선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고,

제각기 고민 하나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것이 진실일 것이라 생각한다.

저마다 가슴 깊이 품고 있는 불안, 고민, 당장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굴레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며, 저 깊은 어딘가에 웅크린 나쁜 감정들은 잠시 덮어놓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현재 상황의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약물에 의존할 정도로 나락으로 빠졌던 감정은 오롯이 나의 몫일뿐,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드러난다 해도 세상은 내 감정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저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므로 본인 스스로의 생각과 삶의 범위 안에서 타인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하므로 나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그건 오롯이 나만의 몫이며 나 스스로 가슴 깊이 묻어두고 현실을 살아가는 일이 최선일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강 자전거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가는 나를 생각한다.

그때 그 순간들만큼은 내게 찬란한 나날들로 기억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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