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와 루이비통 _ 쉼표

해외입양인들의 방문

by 즉흥적인 하루




이 땅에서 살아가는 나는, 이곳을 떠났던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여정을 잠시나마 함께 걸을 수 있었기에 내 하루는 조금 더 깊어졌다.
그 만남은 누군가를 맞이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자리와 삶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었고,
그들의 따뜻한 발걸음은 내 안의 오래된 질문들에 작은 답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또 다른 누군가가 오랜 마음을 품고 이 길을 걸어올 때,
그가 외롭지 않도록,
그 마음이 낯설지 않도록,
잠시 머물 수 있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서






가끔 네델란드 혹은 덴마크 국적의 해외입양인들이 찾아온다.

특별한 안내 책자도 없고, 그들이 찾는 정보도 너무 오래되어 남아 있는 문서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들은 늘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그냥 내가 지내던 곳이 궁금했어요. 내 뿌리가 궁금했어요.”


그 한마디가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그저 이곳을 한번 걸어보고,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찾는 건 공간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놓고 갈 수밖에 없었던 어떤 마음의 조각이 아닐까?

대부분은 가족들과 함께 온다. 아내와 남편, 아이들과 함께 걷는 그들의 모습은 따뜻하다. 부모가 태어난 나라, 도시를 직접 밟고 느끼는 시간을 함께 보내려는 이들은 마치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듯, 혹은 없던 기억을 상상이라도 해보려는 듯한 눈빛을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여행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이라는 존재를 존중하고, 함께 기억하려는 따뜻한 가족 문화가 느껴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에도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내가 언젠가 가보고 싶은 북유럽, 그 아름다운 곳에서 자란 당신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말은 늘 목 끝에서 멈춘다.

그 말을 끝내 삼키게 되는 건, 그들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 자리한 그리움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감정 때문이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내게 하는 인사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들이 만나지 못한 가족에게 꼭 전하고 싶은 진심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딘가에 있는 '나를 낳아준 누군가'를 떠올리는 마음이 이 먼 길을 찾아오게 했을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을 단순한 방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과거 해외입양이라는 제도가 품은 현실, 그 안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마주하며, 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입양은 분명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지만, 그 변화가 늘 긍정적인 방향만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출발점에 무엇이 있었든, 결국 그들 스스로는 ‘왜’라는 질문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과거를 통해서만 현재의 자신을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그들의 발걸음, 머뭇거림, 그리고 말없이 잠시 서 있는 시간들 속에 수많은 감정이 스며 있다. 반가움과 아쉬움, 그리고 어쩌면 이곳에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까지. 나는 그들을 보며, 나 자신과 이 공간, 그리고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피를 나눈 관계만이 가족일까? 기억하지 못해도,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찾는 이가 있는 한, 가족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그들은 이곳을 찾고, 나는 그들의 걸음을 지켜본다.

서툰 영어로 많은 말을 주고받지 못하지만 짧은 만남 속에 마음의 위로를 전한다.

나는 이곳에서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들은 이 땅을 떠났고, 다시 돌아와 한 번이라도 발을 디뎌보는 것으로 자신의 일부를 마주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그 만남 자체가 서로에게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을 통해,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오랜 그리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오늘도 생각한다.

그들이 찾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온 따뜻한 연결,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를 ‘가족’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이름도, 얼굴도, 언어도 낯설 수 있지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닮아 있다.

그 마음은 결국 우리를 다시 잇는다.

나는 오늘도 그 길목에서 조용히 그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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