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눈이 쌓였다.
세상을 하얀 이불로 덮었다.
원치 않아도 하늘이 주는 이불이라서 덮어야 한다.
진짜로 싫다면 박차고 나와야 한다.
내가 가는 곳마다 내가 직접 쓸면 된다.
날씨 탓, 고생하며 새벽일 하는 사람 탓을 할 필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면 된다.
어제 달봉이가 게워내는 모습을 봤다.
힘겹게 몸을 꿀렁이더니, 먹었던 고깃덩어리 그대로 반납했다.
그런대로 편안해 보였다. 겨울이라 풀이 없어서 아쉬웠다.
나도 이른 새벽꿈에 게워내는 꿈을 꿨다.
지난 1년 동안 지내온 상사가 다른 부서로 갔다.
그래서 성사된 꿈일까?
[실장님은 왜 의견도 안 묻고 함부로 하셨어요? 저도 감정이 있고 일할 사기가 필요하다고요? 저만 미워하세요?]
이 말을 울면서 했다. 실제 사건과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극단적 예시로 꿈에 나왔던 것이다.
마지막 외침은 내 마음속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가 튀어나왔다.
왜 나만 미워하냐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나온 것 같다.
의식이 무의식을 흉내 내며 가슴속에 있던 말을 토해냈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있었다.
우는 모습에 잠에서 깼다.
꿈이지만 울면서 말하는 게 아쉬웠다. 더 당차게 말할지. 눈물이 자꾸 났는지...
몸이 젖었다.
등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나 힘들었구나!
고생했구나!
못 챙겨서 미안하다.'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먹으며 거울을 봤다.
얼굴이 편안했다.
달봉이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1년 묵은 감정을 게워냈다.
꿈속 대사처럼 상사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크지 않다.
힘들게 미워해서 뭐 해.
상황이 그랬고, 좀 더 지혜롭지 못한 내 자신이 아쉬웠다.
가슴을 펴본다.
별일 아니다 생각하면 그 일은 가벼워진다.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는 일도 있지만,
사람의 감정이 스치는 자리는 오래 묵힐 필요 없다.
가슴을 열어본다.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한다.
개꿈을 꾸었네
더 연연하지 말자.
출근하면 석가래를 찾아 눈부터 밀어야겠다.
눈치우다 땀이 나면 마지막 남은 연민도 게워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