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내 기분을 물어보길래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제 마음은 평온입니다."
누가 물어봤냐면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다른 화자가 물었다.
금요일 오후부터인가 마음속이 전쟁 같았다.
호르몬 전쟁이다.
이럴 때 마음과 머리가 거리를 둬야 하는데
둘이 만나서 하는 생각들이
"지랄도 풍년이다."였다.
호르몬 전쟁은 갱년기, 그전부터 내가 가진 생리전조전상 같은 것이다.
전쟁이 일지 않도록 참회의 시간이 길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를 관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내버려 두기 시작하면 거침없는 혀 끝으로 칼날을 휘두르기에 달래줘야 한다.
특정한 인물도 아니다. 사건도 없다.
누군가의 따뜻한 조언이 거슬리게 들리거나, 내 마음속을 섣불리 아는 척하면 가시를 세우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너 미워!, 밉다고, 저리 가! 안 보고 싶어!" 생트집을 잡아 미워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는듯하다.
참 고약하다.
참 안쓰럽다.
평소에는 "그랬어!, 그랬구나" 웃고 잊어버리는 대화도 어찌 그리 꼬아서 듣는지 알 수 없다.
하루 이틀 정도 성난 파도가 지치면 바다는 잠을 자듯 고요해진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일렁임도 없다. 그제야 전쟁의 파편을 치우며 "왜 그랬지, 참을걸"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경력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하는 월간 패턴이다.
이런 마음속 전쟁이 드러나서 상대에게 들킬 때도 많다.
그 상대는 거의 [남편], 상황 모르는 가해자가 된다. 숨만 쉬었는데 못된 사람이 되고 만다.
남편은 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거꾸로도 안다.
남편을 보고,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내 마음속 고슴도치를 잘 알고 있다.
고슴도치는 유치하지 않게 달래야 한다.
대놓고 어린이처럼 달래주거나, 무시하거나 하면 성난 가시는 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낸다.
대안은? 없다!
그저 나를 관찰하고, 게으르지 않게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남편에게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제 전쟁을 치른 오늘 아침의 나는 반성과 함께 다짐한다.
"입을 다물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미소 짓자"
앞으로 한 달은 조용할 것 같다.
고슴도치를 잘 돌봐줘야 마음속 전쟁이 생기지 않을 테니 오늘도 좋은 양식과 휴식, 놀이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