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구요?

나? 저요? 갑자기?

by 백당나귀

↑ 달봉이↓

sticker sticker

사람인 듯 강아지 아닌 표정으로 달봉이는 나에게 가끔씩 질문을 한다.

너는 어떤 사람이여? 뭐가 되고 싶어? 사는 게 좀 괜찮아?

내 수준의 언어로 바꾸면

너는 꿈이 뭐였어? 이루었니? 잘 지내는 거지?


오십이 넘었는데도 내 꿈이 명확한 적이 없었다.

그때그때 현실에 맞게 꿈을 바꾸었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진지하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현실의 벽이라는 핑계로 적당히 타협하고 나를 채근하지 않았다. '남들과 같은 꿈이 있어할까?' 반문하며 하루하루 생존이 무사하면 감사하고 가족의 안위를 전달받는 밤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런 나에게 달봉이의 질문은 나의 과거를 뒤지게 했다.

10대 : 멋진 집을 짓고 싶어서 건축가 (성적이 안돼서 전공을 못함)

20대 : 대기업 취직 (영어를 못해서 떨어지고 중소기업)

30대 : 교사를 꿈꿨으나, 성적이 안 돼서 낙방(적성을 의심하며 점술가의 점괘로 포기)

40대 : 작은 사무실 취직(정년을 보장해 준다 해서 버팀)

50대 : 40대의 작은 사무실을 다님(60대 퇴직을 꿈꾸고 있음)

여기에 달봉이가 물어본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에 대답할 수 있는 요건이 없다.

10대~50대까지 내 행적에 사연은 붙일 수 있으나 대답은 되지 않는다.

sticker sticker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반세기 만에 진지하게 생각했다.

돈 버는 일에는 소질이 없고, 머리 쓰는 일도 순발력도 둔하고, 게다가 가진 게 없어서인지 물욕 수준도 하위이고... 생각하면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역할을 가지면 해낼 수 있는 일 들이다. 별똥별이 떨어지듯 먼 우주에서 지구만을 향해 돌진하기에는 부족했다.

"어떤 사람"과 등가를 이루는 단어를 직업에서 찾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그림책을 읽다가 찾아냈다.

"다정한 사람"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달봉이, 가족, 동료에게 그리고 스치는 낯선 이에게 도 다정함을 나눠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심보가 종지 같아서 박애주의는 되지 못한다.


지금부터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흉내도 내고 연습도 해야 한다.

연습하다 보면 진짜가 된다는 것을 깨달음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학습이다. 말씨, 마음씨, 몸가짐이 널브러진 않게 유연하게 나를 관리해야 한다.

10대 20대 공부를 못해서 원하는 꿈을 성취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러면 50대에는 꾸준히 공부해서 꿈을 이뤄야 하지 않을까? 내 과거의 착오를 직시해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야 하는 게 지금 내 삶의 과제이다.

몽글몽글 설레어오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덮고만 싶었던 지난날을 이렇게 뒤집어 털고 나니 길이 보인다.


달봉이야~ 네게 말해줄 수 있어!

난 다정한 사람이 될 거야!(멍멍) 그래서 인생 후배에게 좋은 어른이 될 거야!(멍멍)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이 상대 마음까지 닿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