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려 둬

by 백당나귀

일요일에 딱 어울리는 말!

더 자게, 더 먹게, 더 놀게, 내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둬!(요)


"그래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마음대로 하시오."

너그럽게 말해주고 싶지만 이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다 나갔다. 가끔 통화하려면 가급적 아침은 피하고, 카톡으로 '통화가능혀?'하고 묻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대하는 편이다.

가족끼리 왜 그러냐는 친구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가족이니까, 소중한 존재니까 그들의 영역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대답한다. 부모자식끼리 뭐 어렵게 살아? 질문을 되받으면 독입된 성인의 영역을 불쑥 들어가면 예의가 아니라고 노크도 하고 헛기침도 해야 아이들도 나를 맞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좋은 관계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역할의 목표는

내가 존재함으로써 그 녀석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의 마찰면을 지혜롭게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 생활습관에 젖어 관계의 존중이 분리되기 어려울 때도 많다. 그럴 때는 내버려 둬야 할 때가 많다. 도움을 요청할 때는 서슴없이 다가가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주면 된다. 내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거나 바람을 피하려고 품에 안을 수는 없다. 다만 따뜻한 눈빛과 정성으로 응원해줘야 한다. 그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그에 따른 나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엄마로서가 처음인 젊었을 적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아이를 힘들게 한 기억이 많다. 서툼이라고 덮기에는 아쉬는 부분이 많다. 큰 녀석이 어릴 적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미안혀, 엄마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

돌아오는 대답은 보내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었다.

"엄마 괜찮아, 그래서 나 잘 켰잖아"

얼굴에 찡함이 닿았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아쉬운 마음을 어찌 이리 따뜻하게 감싸줄까?


좋은 관계에는 거리조절이 필수이다.

활시위의 적절한 당김이 지나가는 화살을 무사히 과녁에 보낼 수 있다. 부모자식은 활과 화살의 관계다. 이쁘다고 가까이 당기고, 가르치겠다고 내 마음대로 방향을 틀면 과녁 없이 날아가는 화살이 될 수 있다. 떠나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하늘이 주신 선물과 환경 그리고 부모인 내가 잘 해내야 한다. '자식농사 잘 됐다'는 말은 사람만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내버려 두야 하는 때를 살펴야 함이다.

조급하지 않은 사랑으로 그때를 잘 탐색해야 한다.

피(잡초)를 뽑고, 마른 논바닥에 물을 대고, 태풍에 대비해서 웃자라지 않게 하고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잘하고 있는지?

그래서 늘 새롭게 다짐하며 공손히 대하려고 나름 애쓴다. 내 자식이기전 의젓한 성인이니까.


일요일 아침 여유는 지난 기억을 소환시켰다.

아이들을 득달같이 깨우고, 편식 안된다고 입속까지 간섭하고, 책 읽으라고 몰아넣고

조금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다.

전화 오면 더 다정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봐야겠다.

"밥은 먹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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