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장 넓은 평수를 누리는 달봉이!
마당은 온전히 달봉이 집이다. 여유 많고 한량 같은 달봉이가 부러울 때가 있다. 게다가 달봉이의 에너지는 한결같다.
날씨가 좋아도 안 좋아도
달봉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나를 반긴다. 나도 입을 벌린 채 기지개를 켠다. 다음 꼬리를 흔든다. 나도 득음으로 댓구한다. "잘 잤냐? 밤에 별일 없었냐?" 달봉이는 귀를 모은다. 미간을 좁혀 경청하는 것처럼 나에게 집중한다. 쓰담쓰담하며 등을 툭 친다. 그러면 달봉이는 햇살이 잘 모아지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튼다. 이제부터 단잠을 자겠다는 듯 몸을 둥글게 만다.
'밤새 무엇을 했을꼬?'
달봉이가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건 본 적이 없다. 가끔 눈을 희번덕 삐치는 모습을 봤지만, 금세 달봉으로 돌아온다. 나는 생각이라는 걸 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뒤끝이 길다. 달봉이는 사실을 인지해서 행동하고, 나는 생각에 생각이 물리는 일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볍게 툭툭 꼬리 치는 달봉이가 대단해 보인다.
달봉이는 기대하는 마음이 적어 보인다. 나는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기대감이 적다 보니 내 모자란 행동에도 달봉이는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시작하기도 전에 김칫국부터 마셔서 감사하는 마음이 줄 때도 많다. 행복을 바라지 않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명언을 주는 듯하다.
달봉이는 사실을 좋아하고 나는 의미 부여를 좋아한다. 그래서 달봉이를 대하기가 쉽다. 달봉이 몰래 고깃집 외식을 하는 날에는 꼭 고기조각을 챙겨 온다. 달봉이는 대문을 열기도 전에 고기냄새를 맡고 귀가 세워지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너만 기다렸어 왈왈" 달봉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감사한다. 나는 사정이든, 명백한 이유든 상관없이 '나만 빼고'에 꽂힌다. "그런 의미였어? 그래 나도 이제 똑 같이 해줄게" 알 수 없는 자문자답이다. 왜 그러는지 본인도 모른다. 그러니 가족들의 섬이 된다.
달봉이는 배가 부르면 더 먹지 않는다. 나는 배가 불러도 맛있으면 더 먹는다. 후회할 때도 많아서 나눠 따로 담아놓지만, 금세 다 찾아 먹는다. 머리를 써도 식탐을 따라잡지 못한다. 달봉이도 머리를 쓴다. 남은 고기뼈를 화단에 묻어둔다. 콧등으로 흙을 덮고, 콧등에 묻은 흙으로 잘 먹고 있다고 인사를 한다.
달봉이는 변이 무르든 딱딱하든 치질이 없어 보인다. 나는 변이 너무 딱딱해서 치열 증상을 앓고 있다. 달봉이가 한없이 부럽다. 달봉이가 존경스럽다. 단순한 루틴이지만 달봉이는 한결같이 잘 해낸다.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이 건드려놔서 아직도 아프다. 대문을 여는 순간 달봉이는 꼬리를 흔들고 뒷다리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내 앞을 지나갔다.
유난히 달봉이가 부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