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5시 시각을 확인했다.
5시간 후 발표예정이다.
50%의 확률을 가진 결정된 게임이다.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오늘 큰 놈의 시험결과 발표일이다.
그래도 나는 4시 59분까지 잘 잔 셈이다.
큰 놈은 늦은 밤 공원산책 중이라고 했다.
걷기 싫어하는 놈인데 그 심정이 어땠으랴?
합격/불합격이든 나는 큰 놈부터 살펴야 한다.
어떤 결과든 내가 호들갑 떨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경솔함은 피해야 한다.
큰 놈의 위성이 되어 나를 찾을 때까지 나는 자리를 지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
본인이 더 초조할 텐데 물 한 모금 넘기는 목구멍도 허락되지 않을 텐데, 얼쩡거리는 모습으로 혼탁하게 해서는 안된다. 즐거운 마음이든 안타까운 마음이든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큰 놈 어린 시절 마주 보며 달래주던 기억이 난다.
괜찮아, 잘한 거야! 조금 더 잘한 친구가 있었고, 기회가 달랐을 뿐이야 말한 적 있다. 저 위로가 과연 적당한 말이 있었나 되새김된다. 이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침묵으로 토닥토닥해야 하나, 그 조차 부담이 될 수 있는데... 부정적 감정은 이렇게 끊어지질 안는다. 생각이라는 게 긍정보다는 부정을 선택해서 방어기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볍게 툭툭 해야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큰 놈이 말해준 적 있다.
엄마는 나랑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처음에는 어찌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그럼 너 아픈데 내가 안 아프겠냐 "반문했다.
지나고 보니 큰 놈 말이 맞았다.
부모는 부모자리, 자식은 자식답게 지켜내야 잘 돌아가는 가족의 형태가 유지된다. 동일시가 돼버리면 집안은 햇살을 피하는 꼴이 된다.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면 침묵으로 덤덤히 받아들이자. 마음이 제일 어려운 건 모든 절차를 순서대로 이겨낸 큰 놈일 테니, 그놈 앞에서 호들갑 떨지 말자. 순간이라도 큰 나무가 되어보자!
어제 입춘의 온기가 대지를 꿈틀거리게 했을 것이다.
오늘은 아침산책을 해야겠다.
파릇 나오려는 풀을 밟지 않게 조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