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천 연수원에서 눈을 떴다.
바닷바람의 제자인 듯 틈새바람이 매서웠다.
어제 낮에 봐둔 해안가 길이 생각나더니 몸이 꿈틀거렸다.
바닷가 조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러닝 아이템들을 챙겨 왔는데 다행히 실행됐다.
낯선 곳에서의 스트레칭은 짧았다. 어색하기도 하고, 춥기도 했다.
어제 잠깐 2킬로 정도는 할만했는데 왕복으로 5킬로는 해낼 수 있을까? 의심됐다.
새벽과 아침의 경계라서 어둠이 파도를 앞장 세워 무섭게 와닿았다. 어둠 속에 흔들리는 소나무가지는 볼드모트의 손짓 같아서 몸이 움츠러 들었다. 그래도 다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서해안의 파도가 저렇게 거칠었나? 검은 바다의 파도는 낯설음이었다. 만조를 해내고 물러서면서는 검은 바다 위에 파도조각은 선명했다.
가는 길이 외길이라서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았다. 어두움에 대한 무서움도 매서운 바닷바람의 파고듬도 복병이었다. 낮에는 갈만하구나 이방인처럼 바라봤는데 새벽에 뛰는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구나! 내가 가면 길이 된다는 말은 안 통했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되는 순간이 많았다. 그건 아마도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2킬로 정도 지났을 때 호흡도 안정되고 몸에서도 열이 나는 듯했다. 그제야 파도는 파도일 뿐 내가 뛰어들지 않는 이상 상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됨을 깨달았다. 아침이 오려고 어둠이 거둬지는 순간 바닷빛은 변하고 파도는 순해지고 거뭇거뭇 움직이는 사람도 보였다.
두려움은 가만히 있으면 더 커지고 제멋대로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두려움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란히 같이 가야 할 존재임을 느꼈다. 그 존재의 비중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었다. 똑바로 보는 순간 두려움은 형체를 제대로 들어냈다. 어둠 속 소나무의 흔들림을 기괴한 손짓으로 보는 순간 가는 길에 대한 의심이 생겼고 몸은 무거웠다. 다리가 제대로 작동되는 덕에 가까이 갔을 때 그저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렸구나 깨달았다. 어둠이 파도의 무대를 빛나게 해 줬을 뿐 파도는 나를 삼키려 하지 않았다. 반환점을 돌아오면서 생각은 없었다. 다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석만 있었다.
계속 달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두려움으로만 밤바다를 기억했을 것이다. 맑고 선명함은 보지 못했것 같다. 가본 길이든 처음 가보는 길이든 힘듬이나, 두려움은 반드시 동행한다. 피하기보다는 다스려서 데리고 다니는존재로 인지해내는 힘이 필요할 듯하다. 40분의 절반을 벌벌 떨었고 절반은 통찰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내가 뭐라도 된 줄 알고 통통 달렸다. 부심은 자부심으로, 몸부심으로 나를 채웠다.
나는 아직도 배울 게 많고 성장할 기회가 많다.
오늘도 부지런히 꿈틀거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