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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Jan 27. 2022

가지 않은 길


줄곧 읽고자 했지만 계속 미뤄왔던 베스트셀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드디어 완독 했다.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인생의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들이, 삶 자체를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는지.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지금 나의 인생은 갑갑하고, 지루하고,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고. 완전히 망해 버렸다고.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나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미디어와 sns 속 화려하고 멋진 삶들에 비해 내 인생은 보잘것없다고.


팬데믹 상황에 아이와 몇 달을 집에만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다. 까슬해진 얼굴과 후덕해진 몸, 총기를 잃고 피곤한 눈빛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초라하다. 그럴 때마다 더욱 궁금해진다. 내가 가지 않았던 그 길이.


가끔은 지금과 다른 삶을 상상해본다. 지금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난 완전히 행복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의 우리 가족, 남편과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내가 지쳐 있을 때면, 아직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알고 와서 내 손을 꼭 잡고 입을 맞춘다. 그러면 텅 빈 마음속에 따뜻한 그 무엇이 채워진다. 내가 선택한, 이 삶이 최선이고 난 지금 행복하다고.


가보지 못해 그 길은 더 아름다워 보이고 미련이 남을 것이다.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뒤돌아보고 싶을 것이다.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내가 한 선택들에 확신이 없을 때쯤, 내 앞에 있는 아이와 남편을 본다. 그들은 날 보고 햇살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짓겠지. 그럼 황량한 들판처럼 얼었던 마음은 사르르 녹을 것이고, 난 발꿈치에 힘을 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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