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덜한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들이 카페에 모여 브런치를 하는 것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비싼 커피를 사 마시고 수다나 떤다며 한가하다, 한심하다 등 반응은 어마 무시했다. 그에 대해 아이 엄마가 된 후 내가 느낀 점을 토대로 해명(?)해보고자 한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전 한두 시간은 엄마들에게 가장 여유 있으면서도 유일한 자유시간이라 할 수 있다. 아이도 보지 않고 하루 종일 놀고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주 큰 착각! 본격적인 집안일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전날 밤부터 밀려있는 설거지하기, 엉망이 된 거실 장난감 정리하기, 놀이매트 털고 닦기, 방과 화장실 청소하기, 어른 옷 아이 옷 구분해서 세탁하고 건조하기, 수시로 입에 들어가는 장난감 소독하기, 면 마스크 손빨래하기 등. 이것이 끝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내 점심 챙겨 먹기와 동시에 아이가 하원하고 돌아오면 먹을 간식 및 저녁식사 재료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이런 자잘하면서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집안일에 보람이라도 얻어보려 "자기~ 오늘 집 깨끗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하는 남편. 그러면 하루 종일 가사와 육아로 지친 아내는 맥이 탁 빠진다.
이런 무심한 남편들을 뒤로하고 상처받은 엄마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상대는 이제 육아 동지들 뿐이다. 아무리 자상한 남편도 이해하지 못하는 육아의 세계. 그 속에서 엄마들의 브런치 타임은 정보 교류의 장이자 유일한 대화 상대와의 만남이자 위로의 시간이다. 또 한 자리에 앉아 고상하게 끼니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나마도 하루에 한두 시간이 고작. 카페는 옛말이다. 요즘엔 서로의 집에 들러 캡슐 커피 한 잔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지금은 휴직 중이지만 나도 직장인이다. 10년의 근무 기간 중 점심시간에 식사와 커피 한 잔 하는 것 가지고 누구에게도 비난받아본 적 없다. 그런데 왜 애를 키우는 엄마들만 늦은 아침에 곁들인 커피 한 잔을 가지고 비난받아야 할까?
이 세상의 어떤 아이도 자기 스스로 크는 아이는 없다. 안아주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작고 연약한 생명체를 어엿한 하나의 인격체로 키워내는 일. 그 위대한 일을 담당하는 우리 엄마들의 짧은 휴식과 소소한 담소들을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