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 첫머리를 읽는 워킹맘들이 너무 흥분하지 마시길 바라며.
나는 결혼 전 아주 이기적 이게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애 핑계대면서 직장 일 대충하고 부탁하는 사람은 진짜 별로야!'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3년의 육아휴직 후 난 지금 워킹맘이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했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몸소 깨닫는다. 결혼 전에는 나도 꽤나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직장생활을 했다. 내 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일까지 자처해 가져왔고, 상사의 지시가 있었던 일은 밤을 지새워서라도 다음날 아침까지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러기 위한 야근과 새벽 출근은 내 선택사항이었고, 그건 누구라도 마땅히 그래야 할 일로 여겼다.
지금 나는 어떨까?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일해도 일은 그대로 쌓여있고, 야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남편의 스케줄과 아이의 컨디션이 결정한다. 10분만 더 마무리하면 될 일인 줄 알면서도 칼퇴를 하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간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한 날엔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동료 직원에게 "미안한데~'로 시작해서 '고마워요'로 끝나는 장문의 카톡을 날려야 하기도 하고, 눈치를 보며 일찍 퇴근해야 하는 날도 있다.
난 내가 일에 있어 칼 같고 완벽한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우물 안 개구리가 하늘을 보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난 천체만원경을 만든 일류 과학자가 아니다.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워킹맘들도 그 누구나에 예외가 아니다. 맘 놓고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면 어떤 워킹맘이라도 다 잘할 수 있는 일 말이다.
그러니 젊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사소한 부탁을 하는 애엄마 선배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직장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몇 걸음 더 앞서 걷는 그들의 모습이 미래의 내가 될 수도 있으니, 측은지심을 발휘하여 한두 번쯤 너그러이 이해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