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 Sep 16. 2022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워킹맘의 출근길은 유독 더 바쁘다. 혼자 몸일 때와는 달리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 잠 깨우기가 있는데 이게 워낙 고난도여야 말이지. 한참 곤하게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면 집 안이 떠내려가도록 울어대니 그것만 달래는 데에도 10분은 훌쩍 지나간다. 대충 고양이 세수를 시키고 우유라도 먹이고 나면 가장 최고 난이도가 남는다. 바로 옷 입히기. 옷 입는 시간만 되면 까르르르 웃으며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는 탓에 그걸 잡으러 다니느라 진땀이 다 빠진다. 아들, 엄마와의 놀이시간으로 착각하는 거 아니지? 등원하려 차에 태우면 카시트에 앉기 싫다고 한바탕 통곡하고,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내리기 싫다고 집에 가자고 다시 오열한다. 하루의 시작이 이러니 출근하기 전부터 녹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 정도면 평범하면서도 다소 활기찬(?) 일상이다. 문제는 아이가 아플 때. 기운 없이 칭얼거리며 가기 싫다는 아이를 곁에 두고 결국 어린이집이나 친정집에 밀어 넣고 오는 날에는 출근길부터 눈물바람이 분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난 업무 성취로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돈에 욕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소소하게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 이것만, 아파서 엄마를 찾는 아이를 매정하게 뿌리치고 가야 할 때는 몸도 마음도 무겁다. 결국 아이를 위해 선택한 일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란한 마음을 안고 종종거리며 출근하는 날에는 차량 접촉사고도 나고, 일적으로 실수도 하고, 내 몸도 탈이 나기 일수다. 그러다 사내 게시판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자진퇴사 글을 보면 그 속사정이 뻔히 이해가 간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오늘도 아이가 아프다. 어젯밤부터 열이 39 이상 펄펄 끓어 밤을 지새웠다. 이렇게 아픈 날은 어린이집에 맡길 수도 없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하나, 예약과 대기줄은  어쩌나,  이후엔 친정과 시댁  어디에 맡겨야 하나.   시에 출근해야 하나.


아픈 아이를 보며 이것저것 따지고 있는 나쁜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꼬옥 안아본다. 그래도 마음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널 사랑한다고, 작게 속삭여본다.






이전 06화 완벽한 사람이라는 착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