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과 출산은 일생의 당연한 절차이자 평범한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떨까? 다들 알다시피 비혼 주의가 확산되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난 결혼과 출산을 했지만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자신이 없다.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고단할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초고속 경제성장 덕에 외벌이 만으로도 알뜰히 살면 아이들을 키우고 내 집을 마련하고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 아래에서 아이들은 심적 안정을 통해 바르게 자랄 수 있었고, 가장들은 집안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직장생활에만 집중하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이제 그런 꿈같은 시대는 끝났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여자도 맞벌이를 해야만 겨우 사람다운 삶을 영유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사회적 분위기가 지원되어야 하는데 이상과 현실의 갭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해도 아이 돌보기부터 살림까지 여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안 그래도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여자의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타고난 체력조차 남자보다도 더 약한 여자는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해, 아이가 엄마를 더 찾아"라는 이유로 육아와 가사까지 떠맡는다. 직장에서는 집안일을 이유로 잦은 조퇴를 일삼는 엄마들을 눈치 주기 바쁘고 커리어 관리는 고사하고 살얼음판을 걷듯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러니 퇴근하는 차 안에서 혼자 숨죽여 우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아이가 아픈데도 태평하게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의 사고 회로를 이해하려고 했다가는 내 머리가 더 아플 지경이다. 아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제도의 허상에 치가 떨린다. 이러면서 출산 장려를 외치는 것도 참 웃기다.
자는 시간 외에는 숨 돌릴 틈도 없는 이 생활이 언제나 끝이 날는지. 아이는 언제쯤이면 덜 아프게 될는지. 여자로 태어난 이유로 난 왜 이다지도 고단하게 사는지. 현실에선 도망칠 여력이 없으니 오늘 퇴근길에도 아모르파티를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