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싫은 일요일 오후에.
직장이 즐거워서, 적성에 맞아서 다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고, 새로운 일을 맡으면 가슴이 설레며, 열심히 하고 잘할수록 보상이 뒤따르는 그런 직장이 있다면 삶의 대부분의 고뇌가 사라질 텐데.
애석하게도 좋아서 선택한 일조차 직업이 됐을 때 지옥으로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단순히 안전성 때문에 선택한 직장이 그리 즐겁고 만족스러울 리 만무하다. 게다가 남들은 편하고 여유 있다는 평가와 달리 현실에서는 과로로 인해 병든 사람들과 박봉으로 인한 퇴사자들이 줄을 서고 있으니 날이 갈수록 사기는 저하되고 회의감만 가득 찰 수밖에.
10년만 참으면 괜찮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버티고 버텨 10년 차가 된 지금, 진작에 이직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에 갔다 하여 완전한 만족을 찾았을까. 그것 역시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럼에도 난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딱 한 가지, 해도 해도 질리지 않고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며 나를 충만하게 만드는 일은 있다. 새로운 글을 읽고, 사색에 잠기고, 조금씩 끄적여보기. 북리뷰어로 살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카페 하나를 운영해도 괜찮겠다. 최근 <책들의 부엌>이란 책을 읽고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이런 생각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5년 안에 망할 계획을 하고 있단다.
우리 집 주변은 호수를 끼고 있는 지역 내 핫플레이스인데도 카페가 무수히 많이 생겼다가 1년 안에 절반 이상 폐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유명 프랜차이즈들과 개인이 운영한다고 하기엔 규모가 꽤 큰 이색 카페들만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뿐, 작고 아늑한 카페가 명목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내 꿈에 대한 무자비한 평가는 개관적으로 보면 냉철한 판단이라는 사실이 날 더 우울하게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브런치에 들어와 나의 생각들을 조금씩 끄적인다. sns와는 달리 타인을 의식해서 글을 쓰지 않아도 되고 장문의 글도 부담스럽지 않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내면의 솔직한 마음을 적을 수 있어 좋다. 내 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를 위로할 수는 있을 테니.. 오늘도 나는 꿈을 꾸며 초라한 글귀를 여기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