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를 떠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고의 유연성은 관계를 만든다

by 지구별여행자

나이 차를 떠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이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당연히 가능하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사고의 유연성이다. 사고의 유연성이란 상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내 생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에 가깝다.


타인이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 지점에서 비로소 대화는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동의가 아니라 인정이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내 생각까지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내 생각을 유지한 채, 상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보는 것. 그 상상력이 관계의 첫 단추가 된다.


나에게는 우리 엄마 나이의 친구가 있다. 이분과는 그 어떤 주제의 제한 없이 여러 가지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 물론,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생각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낀 이유는 이 분의 사고가 매우 유연하다는 데 있다. 의견이 다를 때조차 상대를 설득하려 들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를 먼저 묻는다. 그 질문 하나로 대화의 방향이 바뀐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옆으로 나란히 걷는 쪽으로.


그렇게 바뀐 대화에서는 막히지 않고,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탐색의 계기가 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의 삶과 환경, 경험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과정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초석이 된다.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그 생각 자체보다 그 사람의 맥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이 차이가 문제가 되는 순간은 사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사고가 굳어버렸을 때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가 “그래서 다른 방식은 틀렸어”로 바뀌는 순간, 대화는 닫힌다. 반대로 나이가 달라도 서로의 생각이 만들어진 배경을 궁금해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나이를 넘는 우정은 공통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차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친구란 어쩌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해도 대화를 멈추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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