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멈춰 섰을 때
코로나로 모두가 격리된 삶을 살던 시절, 나는 재택근무를 하며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나는 나름대로 잘 지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내향인이라도 가끔씩은 나가야 한다. 집 근처 공원이 있었기에 공원에 자주 갔었다. 사람들도 마스크를 낀 채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조깅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그렇게 공원을 즐겼다.
한 여름의 어느 날, 이 날은 여러 스트레스와 그동안의 갑갑함이 쌓여서 답답한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그렇게 탈출구인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안을 거닐며 이런저런 사색을 하며 한 바퀴를 다 돌아서 이제 집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 비는 순식간에 내려서 발목까지 차올랐다. 공원에 있던 사람 중 우산을 갖고 온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비였다. 다들 비 피할 곳을 찾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원래 비 맞는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본능처럼 빗속을 걷고 있었다. 옷은 순식간에 젖었다. 비는 세차게 내렸지만 여름이라 전혀 차갑지도 않았다.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비가 그치기를 그 자리에서 기다렸는데 나만이 걸어 나갔다. 공원 입구에는 8차선 큰 도로가 있었는데 나만이 세찬 비를 맞으며 횡다보도에 서서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란불로 바뀌자 나는 뛰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춰 걸어갔다. 양쪽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뛰어가봤자 어차피 옷은 다 젖었는걸
서두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따뜻한 세찬 비를 맞으며 집까지 왔다. 비는 내가 집에 돌아오고 나서 10분~20분 후쯤 그쳤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비 맞는 걸 개의치 않게 되었다. 비 좀 맞으면 어때? 저렇게 세찬 비는 그 후로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보슬비가 떨어지면 그냥 맞아도 괜찮다. 사실 외국에서는 비 맞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잖아.
타인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일은,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꽤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가끔씩 이날을 떠올린다. 그렇게 비가 세차게 내렸는데도 이날의 비는 따뜻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