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잘 지내서 배아파해도 전 모릅니다~
퇴사를 하고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물론 한달은 매우 짧은 시간임에는 틀림없고 잘 지내는것이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한번 퇴사자의 일상은 어떤지 자랑을 좀 늘어놓고자 한다.
첫째,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회사를 다닐땐 잦은 회식과 야근으로 퇴근 후에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미라클모닝이랍시고 아침 5시반에 일어나 공복 유산소를 하는 것도 며칠 해봤지만
결국 새나라의 어린이마냥 저녁 9시만 되면 스르륵 눈이 감기는 부작용을 겪고 바로 때려치웠다.
회사를 다녀오고 나서 운동을 간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퇴근 후에 매일매일 운동하는 직장인들 진짜 존경한다....)
보통 출근하면서는 오늘은 운동해야지 생각하다가도
퇴근할땐 다 모르겠고 그냥 눕고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나도 회사 다닐땐 그랬었다.
헬스장을 끊어놓긴했지만 1주일에 한 번 가면 많이간걸까? 싶게 운동에 소홀했다.
이런 나를 강제적으로라도 운동하게끔 만들기 위해 1:1 필라테스도 등록했지만
수업일 중 몇번은 갑작스레 회식이 잡혔다는둥, 야근을 하게됐다는 둥 갖은 핑계를 대가며 안갔었다....ㅎ
강제성을 부여하고도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운동인데
퇴사하고 나서는 남는게 시간이니 자연스럽게 헬스장을 찾게된다.
그렇다고 뭐 엄청나게 운동을 많이해서 몸이 기깔나게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에 3일정도는 꾸준히 헬스장에 자발적으로 다니고 있다.
운동을 하니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또 보통 오전에 운동을 하다보니 헬스장이 붐비는 일도 거의 없고 (파워렉이 항상 비워져있다!)
내가 하고싶은 기구를 위해 기구 옆에 서서 멀뚱멀뚱 기다리는 일도 거의 없다.ㅎㅎ
둘째, 그동안 못 했던 독서
우리나라 성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한 권도 안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 생각에 그 평균치를 깎아먹은데에 나 역시 한 몫 한 것 같다.
회사생활이 힘들어죽겠는데 무슨 책,,직장인에게 독서는 엄청난 시간의 사치이다.
연초, 올해는 책 두 권은 읽어야지! 다짐하지만
매일매일 일상에 치이고, 그 일상속에서 나만의 도파민을 찾기 위해 유튜브와 숏폼을 보다보면
어느새 독서는 뒷전이 된다.
그런데 퇴사하고나면 독서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독서를 하고싶은 마음이 든다.
퇴사한 지 이제 한달차지만 벌써 두권의 책을 읽었다. 후후
독서를 하는 내 모습도 맘에 들고,
회사생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성장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셋째, 충분한 잠으로 얻은 꿀피부
회사 다닐땐 늘 얼굴에 트러블을 한두개씩 달고 다녔다.
생리할 즈음엔 입가에 뾰루지가 몇개 올라왔고
피부는 항상 거칠고 수분이 부족해 수분크림을 잔뜩 얹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건조하고 푸석푸석했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 나니 언제그랬냐는 듯 피부가 깐달걀처럼 깨끗해졌다.
이게 비단 나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퇴사 이후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그렇게 피부가 좋아졌냐며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물어본다ㅎㅎ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방긋 웃으며
“많이 자면 저절로 이렇게 돼^^ 그러니까 너도 퇴사해~^^” 하고 말해준다.
넷째, 우울증의 완화
나는 중증 우울증 환자였다.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약물치료를 해왔고
퇴사 전 1~2달은 그 정도가 심해 매 주 투약 용량을 늘려왔었다.
자살충동, 무기력증도 심했다. 그게 뭐든 하고싶지가 않았고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서든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고자 바리스타 학원에 등록하여 매주 2회씩 바리스타수업을 들었지만
바리스타수업마저 하나의 일과처럼 느껴져 울며 겨자먹기로 학원에 갔었다.
(물론 이 때문에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얻었지만, 아무튼 힘든 기간이었음엔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은 무기력함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내가 언제 우울했냐는 듯 너무 밝고 쾌활하게 잘 지낸다.
예전에 우울증이 너무너무 심했을 때
회사에서 숨이 잘 쉬어지지않고 눈물만 나올 것 같아
급하게 오후 반차를 쓰고 병원에 달려갔던 적이 있다.
그날 내 마음이 어땠는지 메모장에 기록해놓은 것이 있어서 가끔 들여다보곤하는데
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게 믿기지가 않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감히 추측도 하지 못할 정도로
우울증이 상당히 많이 호전됐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진 직장인이 퇴사를 하게 되면
더이상 소속이 없다는 불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때문에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의사선생님한테 퇴사할거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의사선생님께서도 너무 감정적인 결정이 아니어야한다고 걱정어린 조언을 해주었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난 너무 잘 지내고있고
생각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은 들지 않는다.
물론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잡아서 그런것 일수도있지만
3년간의 그렇게 고된 회사생활도 버텼는데 내가 뭔들 못하리 라는 마음이 드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우울증도 나아지고, 삶의 방향성도 정하고
이렇게 좋은일이 또 있을까?
마지막, 내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것
아침이 되면 울리는 알람소리가 아니라 나의 생체리듬에 따라 눈이 떠질 때 일어난다.
(그래도 노예기질 못버려서 아직도 늦어도 9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긴 한다)
일어나면 커피한잔을 내리고 소파에 앉아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아침뉴스를 본다.
그리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예능프로를 보거나 넷플릭스로 그동안 못봤던 시리즈물을 정주행한다.
간단하게 샐러드로 아침을 먹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운동을 간다.
운동을 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뒤 이제 오늘은 뭘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날그날 끌리는 일을 한다.
예를들면 브런치 글을 쓴다거나, 백화점으로 아이쇼핑을 간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공부를 하는 등의 것들
그럼 어느덧 저녁먹을 시간이 되고,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을 엄마와 도란도란 먹으며 일상적인 얘기를 주고받는다.
회사다닐땐 밖에서 저녁을 먹고오는일이 많고, 회식도 자주 있어서 엄마와 저녁먹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퇴사를 하고나니 매일 엄마와 저녁을 함께할 수 있어 좋다.
밥을 먹고나선 그 날 못마친 일을 마저하거나 엄마와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본다.
그럼 어느덧 잠들시간, 일기장에 오늘 하루일과와 나의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내일은 또 무슨 재밌는 일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나의 하루는 오로지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회사에서 정해진 업무를 하면서 원치않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
그런건 없다.
매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다보니 자존감도 저절로 올라갔다.
더이상 난 못할것 같아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설마 내 밥그릇 하나 못챙기고 살겠어? 하는 자신감이 가득이다.
난 지금 이런 내모습이 너무 만족스럽다.
그리고 내일이 기대된다.
퇴사는 내 인생에 있어 최선이며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