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이 힘들었던 이유

째깍대는 시곗소리도 거슬렸던 나란인간

by 누운달걀


퇴사를 고민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다른 사람들은 10년 20년 잘 다니는데 왜 나만 유독 회사생활을 힘들어하는지에 대해

(입사동기가 28명인데 3년동안 퇴사자가 나 포함 2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알아낸 그 이유에 대해 차례차례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유 1 : 나는 청각이 예민한 사람이다.


어릴적부터 나는 청각이 유독 예민했다.

애기때부터 형광등 켜는 딸깍 하는 소리에도 잠에서 깨 엄마아빠를 힘들게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째깍거리는 시곗소리, 우우우웅하는 냉장고소리에 잠에 못들어

이어플러그를 끼고 자거나 시계 건전지를 빼버리는 경우가 다반수였다.


그 중에서도 내가 유독 못견뎌 하는 소리는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사람의 목소리였다.

식당에서나 마트에서나 우리는 종종 불편한 감정이 담긴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된다.

음식이 잘못나왔다고 불평하는 손님의 목소리

환불해달라고 떼 쓰는 진상들의 목소리 등등


남들은 그냥 흘려들어버릴 수 있지만 난 그 목소리가 유독 귀에 꽂혔다.

안들으려고 해도 내 귀는 내 지시를 따르지 않고

그 소리에 더욱더 집중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될까?

(코끼리를 생각하지마! 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가 생각나는 그런...느낌..?)


그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귀로 들어오고 그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가된다.


물론 일상에서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소리가 들리면 그 자리를 피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어서

내가 청각, 특히 그런 음성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29년간 모른 채 살아왔다.



문제는 회사에서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일상생활에서와 달리 그러한 음성을 매번 피할 수가 없다.


나를 직접적으로 질타하는 상사의 목소리는 당연히 나에게 더 크게 와닿았지만

그 외에도 다른사람들이 주고받는 부정적 감정,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진상들의 목소리들도

다 나를 너무 괴롭게했다.


특히 2년차때 만난 상사가 극악의 불만쟁이었는데

입만 열면 불만을 마구 쏟아내서 부서 사람들이 모두 곤혹스러워했었다.

그 분의 회사일과는 퇴근할때까지 여기저기에 민원을 넣는 일이었다.


하다하다 밤에 배달오토바이가 시동을 안끄고 배달을 해서

그 엔진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민원을 (회사에서) 넣기도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랑 싸우는 건 일상이었다.

자기가 이해를 못한건데 하나에 꽂히면 그 말꼬리를 잡고 몇시간을 통화했다.


그러다보니 그 사람이 출근하기만 해도 두려웠고

그 불만표출이 유독 심한 날은 자리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었다.



내가 앞서 나는 유독 부정적인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안들으려고 노력해도 그 목소리가 너무 정확하게 귀에 꽂혔다.


그렇게 몇달을 버티다 버티다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심호흡을 했지만 공기가 폐로 들어간다기보단 입속에서 머물다가 도로 나가는 것 같았고

손발은 차게식고 머리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그 다음날 병원에 갔고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약에 의존하여 1년을 겨우 버티고 그 상사는 희망퇴직을 하여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회사라는 곳은 원래 부정적인 음성이 하루에도 수 없이 오고가는 공간이다.

그 사람 한 명 없어졌다고 해서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후 부서를 옮겼지만 옮긴 부서에도 빌런은 꼭 한두명씩 있었고

그 사람들은 늘 부정적인 아우라를 내뿜으며 나를 괴롭게했다.


너무너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정말 나만 이렇게 힘들어하는건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

주변 동료들에게 당신은 어떤지 물어봤었다.


그리고 의외로 다른사람들은 나만큼 힘들어하지 않고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듣기싫은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냥 개가 짖는 소리, 혹은 백색소음이라고 생각하면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고 말했다.


그 때 처음 알게되었다.

내가 소음에 대한 역치가 유독 낮다는 것을.

그리고 인정했다.

나는 청각이 다른사람보다 예민해서 조직생활에는 적합하지 않다 라고


이 사실을 알아채고 받아들이고 나니 퇴사에 대한 생각이 더욱 명확해졌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어쩔수 없이 맞닥뜨려야하는 상황들을

내가 못견뎌하며 매 번 힘들어할 게 뻔히 예상된다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퇴사를 결정하는 데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회사생활이 유독 힘들다면

내가 청각에 예민하진 않은지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의외로 자신이 예민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작년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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