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는 것

2024. 2. 4. 아빠를 떠나보낸 이후

by 누운달걀


나는 2024년 2월 4일 아빠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준비를 하기 위해 머리를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평소 이 시간에 전화를 하지 않는 엄마에게서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엄마” 라고 써있는 휴대폰 화면에서 왠지 모를 싸한 기운이 느껴졌다.



살짝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서는 안될 이야기가 들려왔다.


“혜원아, 아빠가 죽었어”


이상하게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빨리 짐을 싸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3일동안 입을 옷가지들과 간단한 세면도구를 빠르게 챙겼다.


마치 몇달 전부터 이 일을 예견해온 사람처럼

빼놓은 물품은 없는지 짐을 싸고도 두번 세번 꼼꼼히 확인했다.

이런 내가 나조차도 소름돋았다.


그렇게 정신없는 3일간의 장례가 지나갔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3일이 지났고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그간 자지 못했던 잠을 잤다.

눈을 감으면 입관할때의 아빠모습이 떠올랐지만 그보다 못잔 잠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눈을 감기가 무섭게 바로 잠이들었고

아빠를 떠나보냈는데 이렇게 잠이 잘 오는 내가 참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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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아빠가 생전에 몰고다니던 차를 내가 물려받아 몰고다닌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출퇴근할때

아빠 생각이 나곤했다.


내가 운전을 조금 거칠게 하는 편인데 아직까지

큰 사고가 나지 않은게

아빠가 언제나 옆에서 지켜주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아빠 생각이 가장 많이 들 때가 있었는데

바로 직장인으로서 하루가 너무 고될때였다.


우리집에서 일반 사기업 재직경험이 있는 사람은

오직 아빠뿐이었다.

사기업의 거지같은 문화를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고


건배사, 옛날 회식문화, 군대식 꼰대문화를 잘 알고

내 투정을 잘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었다.


몸이 아픈 아빠였지만,

내가 회사생활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일이 생기면

오로지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해결방안을 어떻게든 찾아주던 아빠였다.


다른사람이 아닌, 직장선배이자 인생선배인 아빠의 조언과 해결책은

그래도 꽤 괜찮은 위로가 됐었다.


그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내말을 공감해주고 회사생활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었고

내 뒤에 버팀목이 있다는 든든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사람이 나에겐 없다.


이 부분이 나의 퇴사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2024년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아빠가 더이상 내 곁에 있지 않다는 것이니까


나는 2월 이후로 회사생활이 힘들어도 상사가 별것도 아닌일로 날 갈궈도

이 얘기를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떤말을 해도 내편이 되어주던 아빠가 난 이제 없기에..


그런 사실이 우연히 훅 마음에 꽂히는 날

난 찐득거리는 진흙밭을 걷는 것처럼 나의 발걸음 발걸음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날이 종종 있었다.

괜히 투정부리고 싶은 그런날,

누군가의 인생조언이 필요한 날,

그런데 내 옆엔 내편이 되어주던 아빠가 없다.


이 빈자리를 과연 누가 채울 수 있을까?


지금 결국 퇴사한 나를 아빠가 본다면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오늘 꿈에는 아빠가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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