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여행을 왜 떠날까. 그럼 나는 왜 자주 길 위에 서는걸까. 처음엔 답이 분명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행을 거듭할수록 알게 되었다. 진짜로 마주하는 것은 경험이나 풍경보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여행은 흔히 일상의 일탈로 불린다. 그러나 여행은 일상의 민낯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으면 여행을 함께 가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낯선 장소와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일은 불편한 일이면서도 동시에 흥미로웠다. 마치 ‘숨겨왔던 나의~’ 하고 흘러나오던 드라마 OST 한 소절처럼, 갑자기 드러난 내 모습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났다.
제주의 오래된 타자기 앞에 앉아 있을 때가 그랬다. 딸각거리는 금속음 사이로 글자를 찍어내던 중, 작은 오타 하나에 망했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이 운동화 속 돌멩이처럼 신경을 긁었다. 그 순간 나는 작은 실수에도 의연하지 못한 나를 마주했다.
경주에서는 또 다른 나를 만났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보았지만 감정이 전혀 달랐다. 이별 직후여서였을까. 유적과 풍광보다는 마음속 공허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괜찮아지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감정의 폭풍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감정적인 사람인지, 상황에 따라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됐다.
이처럼 여행은 내 안의 다양한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완벽주의인 나, 감정에 흔들리는 나, 혹은 아직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 이번 1부에서는 그런 나의 내면을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경주에서, 제주에서,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여행들 속에서. 여행을 기록하는 글 같지만, 결국 나를 기록하는 글이 될 것이다.
당신은 여행을 하며 어떤 나를 마주했는가. 이 글이 그 기억을 두드리는 작은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