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여행이 관계를 바꾸다

by 오나

관계가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순간, 여행은 그것을 흔들어버린다. 여행이란 결국, 나와 타인 사이에 그어진 선을 다시 긋는 일이다. 평소에 익숙했던 자리와 역할은 낯선 공간에서 쉽게 뒤집히곤 한다.


혼자가는 여행에서는 낯선 만남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자유에서 출발한다. 반면 함께하는 여행은 추억을 쌓는 일이자 관계의 자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기대도 동반한다. 이제 상대는 내 사람이 되기도,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흔히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으면 여행을 함께 가라"는 말을 한다. 이는 1부에서 다룬 '나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가 지닌 또 다른 면모와 또 그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케미까지 알게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베트남 다낭 여행에서는 관계의 역전을 맛보았다. 부모님과 함께 간 여행에서 더이상 나는 어린 딸이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그들의 보호자가 되어 음식이 입에는 맞을지,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어떤 경험이 그들을 즐겁게 할지를 계획하며 챙기는 나를 발견했다.


일본 삿포로 여행에서는 관계의 전환을 경험했다. 연인과의 사이가 위태롭게 흔들리던 시절, 우리는 삿포로의 겨울을 마주했다. 소복히 내리는 삿포로의 눈의 낭만과 아름다움, 시원하고 부드러운 맥주 한 잔에 다시금 사랑을 정립할 힘을 얻었다.


태국 푸켓 여행에서는 관계의 가변성을 실감했다. 영원히 희희낙락하며 철없이 여행할 것 같던 나의 여행메이트들은 이제 유부녀가, 그리고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익숙한 관계가 서서히 다른 색으로 물들고 있음을 느꼈다.


이처럼 여행은 수많은 관계에 대해 변화를 가져다준다. 관계의 변화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여행지에서는 정말 그 사람과 나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때보다 그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설령 여행에서 달라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여행은 관계의 무대를 새롭게 꾸며준다. 당신은 여행을 통해 누구와 어떤 관계를 다시 써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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