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다재다능했던 음악인, 프레빈

by YoungKw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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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oMkWIA2jVY

익숙한 얼굴이신가요? 요즘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보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일 겁니다. 바로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의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라는 사람입니다. 이 분의 이력을 보다 보니 흥미로운 것이 많더군요. 젊었을 때는 독일의 국가대표로 펜싱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운동선수였고,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변호사이기도 하고 지금은 세계적인 스포츠 조직을 운영하는 행정가이기도 합니다. 보통사람의 인생에서는 한 가지 분야에서도 성취를 이루기도 너무나 어려운데, 이렇게 각기 다른 여러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악에도 아주 드물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들며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뤄내는 사람들이겠지요. 사실 일반인들은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적인 연주자가 있습니다. 그 중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클래식 연주자가 재즈와 같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까지 전문적인 수준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즈에 사용하는 독특한 리듬과 즉흥연주는 클래식 음악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소수의 천재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연주 하나를 보시길 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07dM-SVskk


위의 영상에서 모짜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멋지게 연주하고 지휘하는 피아니스트, 지휘자는 안드레 프레빈(Andre Previn)입니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런던심포니를 최장기간 지휘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휘자 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작곡가로서의 명성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영국 최고의 방송 BBC에서 대중들과의 소통을 하며 음악관련 방송을 진행한 방송인이기도 했고, 헐리우드 영화음악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음악가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20세기 가장 다재다능한 음악인 프레빈의 삶은, 그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프레빈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독일의 사회적 분위기는 유대인이었던 그에게는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독일 최고의 음악학교인 베를린 음악원에 전액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어도 학교 내에서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1938년, 프레빈의 부모는 전쟁의 분위기가 가득한 독일을 떠나기 위해, 미국비자를 신청한 후, 급한 대로 프레빈을 데리고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습니다. 그리고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1년 정도의 기간에도 프레빈은 음악공부는 멈추지 않았고, 파리음악원에 등록을 해서 음악이론을 배우게 됩니다.


그 후 프레빈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고 LA에 정착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중음악으로 재즈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비벌리힐즈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프레빈은 클래식 음악이 아닌 재즈에도 마음을 열고 재즈피아노를 배우며 그의 음악적 경계를 넓혀갔습니다. 마침 헐리우드에서 영화음악일을 하고 있던 프레빈의 삼촌은 프레빈을 불러 가끔씩 피아노 연주와 악보를 정리하는 일을 시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프레빈의 음악적 역량은 드러나게 되었고, 점점 LA에는 프레빈에 대한 좋은 평판이 퍼져나갔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사 MGM으로 부터 - 네. 맞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사자가 포효하는 그 MGM입니다. - 제의를 받아 영화음악을 연주, 편곡하고,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작업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스무살이 안되었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그의 음악적 재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후에도 프레빈은 50편의 영화음악에 참여했고, 4개의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작곡했고 캐서린 헵번이 주연했던 뮤지컬 "Coco"를 들려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1AdEyC9D8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헐리우드에서의 음악적 성공은 정작 그의 클래식 음악인으로의 경력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되어 미국 클래식 음악계에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지만, 일부 클래식 음악인들은 그를 클래식 음악인이라기보다는 영화음악이나 뮤지컬 음악인으로 더 생각했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인으로서의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미국을 떠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초청을 받고 영국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클래식 음악인으로서의 가장 큰 성취는 자신이 자란 미국이 아닌, 유럽의 영국에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도 일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미국 출신에 헐리우드에서 음악을 했던 그를 불안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뛰어난 지휘실력으로 그들을 설득해 나갔습니다. 거기에다 프레빈은 다른 지휘자나 음악인들에게 없는 독특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드러운 인간관계와 대화와 소통의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이끌거나 지휘할 때 매우 부드럽고 인격적으로 단원들을 대했고, 공연을 할 때나 방송에 출연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과 인간적 매력으로 매스컴과 관객들의 호감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은 항상 관객들로 가득했고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프레빈이 어렸을 때부터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사들을 드나들며 만난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과 작업하며 얻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그의 재즈연주를 소개하겠습니다. 그의 훌륭한 재즈연주뿐 아니라 인터뷰의 기술도 잘 드러나는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서 그는 당대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초대에 인터뷰하며 함께 연주합니다. "너무 어렵지 않은 곡으로 한 곡 함께 연주할 수 있을까요?"라고 겸손하게 부탁하며 프레빈은 연주하지만 그의 연주는 재즈만의 느낌이 넘쳐납니다.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두 거장이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며 연주하는 모습은, 음악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도 편하게 웃으며 들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https://youtu.be/51fUTDWhXys?t=139


이렇게 여러방면에서 다재다능한 사람을 보면, 인생은 그리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쉽게 불평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프레빈의 삶의 과정을 깊이 생각해 보면,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이 지불한 노력과 겪어 온 고통의 시간들을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됩니다. 유대인으로서의 차별을 이겨내고, 피난의 와중에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이민자로 낯설음과 자신의 과거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고 새로운 땅에서 다시 도전해 커다란 업적을 이루어낸 프레빈의 인생에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마지막 선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김연아 선수가 우승할 때의 영상을 올려드립니다. 그 이유는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퍼포먼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거쉬인의 피아노 콘체르토가 바로 안드레 프레빈이 연주한 버젼이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감동을 음악과 함께 다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oMkWIA2j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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