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직접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제 아이들이 어렸을 때 피아노를 가르쳐 본 적이 있는데,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니 인내심도 금방 바닥나고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음악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나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아는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제 아이는 악기를 배운 지 꽤 되었는데도 악보를 여전히 잘 못 봐서 속상해요.” 또는 “악보를 잘 보는 것을 보니 음악적 재능이 부족한 것 아닌가요?”라는 말씀들이지요. 먼저 좀 엉뚱한 질문부터 드려보겠습니다. 음악을 하는데 정말 악보를 잘 봐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너무나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실 겁니다. 그럼 왜 그래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악보를 이해하고 연주하는 것을 영어로는 “읽는다(Read)”고 표현합니다. 즉 음악을 배우는 사람에게 악보를 본다는 것은, 다른 분야와 비교한다면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곡가의 정확한 음악적 지시를 이해하고, 여러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을 접하기 위해서는 악보를 잘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분야이든지 지식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일 겁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 차이코프스키가 대단한 작곡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음악을 잘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도 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그들의 작품을 열심히 연습합니다. 왜 그럴까요? 세계 여러나라 수많은 음악 중 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몇몇 유럽국가의 17세기에서 19세기의 음악을 우리는 여전히 즐기고 배우고 있을까요?
물론 그들의 음악이 예술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지만, 역사적 기술적 이유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위에 언급한 작곡가들이 자신의 친필로 혹은 당시 유럽에서 발달되었던 출판기술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악보로 잘 남겨두었고, 그것들이 후대의 사람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음악도 남겨지고 전해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남겨진 수많은 고전작품들을 익히기 위해서는 악보를 잘 읽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럼 반대로 이런 질문도 드려보지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정보를 얻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뿐인가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방송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또는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정보를 얻습니다. 음악에서도 곡을 배우는 방법은 악보를 읽는 것 유일한 것이 아닙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멜로디를 따라 부르거나 따라 연주해 보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간단한 멜로디를 만들어 연주해 볼 수도 있으니까요
악보의 중요성에 대한 제 생각이 달라지게 된 것은 대학시절 만난 한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친구였는데, 수업 때 교수님이 나눠 준 그리 어렵지 않은 악보를 잘 읽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연주하더군요. 속으로 ‘이런 친구가 어떻게 음대에 들어왔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쉬는 시간에 혼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저는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아래의 영상과 아주 비슷한 스타일의 연주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V5-vGXSqU&t=113s
대단하지요? 너무나 훌륭한 연주이지만, 사실 전통적인 피아노 교육에 익숙하신 분들이 보신다면, 위 영상의 피아니스트의 손모양이나 강약을 주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일까요! 전통적에서 벗어난 스타일로도 이렇게 멋진 연주를 하는데요! 제 친구의 끝내주는 연주를 듣고 제가 물어봤습니다. “너 이런 곡과 연주법은 어디서 배웠니?” 그 친구가 대답하더군요. “내가 자란 동네 형들 치는 것 어깨너머로 보면서 따라 쳤어.”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은 이후로, 저는 악보를 잘 읽지 못한다고 무시하는 생각은 싹 버렸습니다.
깊게 생각해 보면 훌륭한 음악이지만 악보로 잘 전해지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전해지는 음악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위의 동영상을 통해 본 흑인 가스펠 음악, 블루스, 재즈, 동요, 민요 등 수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한국의 판소리나 국악도 대표적으로 그런 분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둘이 앉아 마주 보며 한 소절 부르면 한 소절 따라하는 장면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신 기억이 나시지요?
“그런 것은 수준이 초보적이고 단순한 음악을 배울 때만 가능한 것 아닌가요?”라고 물으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가능합니다. “높은 수준의 음악이라고 해도 악보에는 한 곡에 대한 모든 정보와 설명이 다 들어가 있을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악보에는 그 곡의 음과 기본적인 강약, 빠르기, 느낌이 적혀있지만, 그 곡을 어떻게 감정적으로 깊게 표현할지, 어떤 배경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다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악보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클래식 연주자들이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곳에서 만난 훌륭한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그 곡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작곡가의 살던 곳의 자연과 날씨를 보며 곡의 분위기를 새롭게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을 배우는 데는 악보를 통해 곡을 익히는 것과 외에도 수많은 다른 방식들도 함께 존재하며 각가의 유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한다면, 저는 악보를 잘 읽는 것이 음악을 공부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악보를 조금 다른 사람보다 잘 읽지 못한다고, 음악을 못 배울 거라고 낙심하거나, 자신이 음악적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생각입니다. 자신만이 가진 재능과 장점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맞게 음악을 노력하며 익힌다면, 누구나 음악을 즐기는 행복과 기쁨을 맛볼 수 있음을 꼭 기억하세요.
마지막 곡으로 시각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악보로 음악을 배우지 않으신 위대한 음악인 스티비 원더의 노래 한 곡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