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와 오늘 퇴근하자마자,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의 의복 일습과 이불 빨래를 하느라고 진땀을 뺐습니다. 어제오늘 연달아 시어머니가 배변 실수를 해서 수습하느라 그런 것이지요. 그러고는 저도 남편도 저녁식사를 거르고 말았습니다. 사실은 먹을 수가 없었지요.
저희 시어머니는 올해 아흔아홉 살입니다. 백수(白壽)라고도 하지요. 여기서 '백(白)'은 '일백백(百)'에서 '한 일(一)'을 뺀 것으로, 100-1=99가 되기 때문에 백수(白壽)는 100세에서 한 살이 모자라는 99세라는 뜻입니다.
시어머니는 치매 2등급 판정을 받은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작년에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시어머니가 밖으로 나갔다가 집을 못 찾아서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두 번이나 있었지요. 4층에 가서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도 하고, 공동 현관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아파트단지를 배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휠체어를 타야 바깥에 나갈 수 있으니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해마다 시어머니는 여름 나기를 힘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더 쇠약해졌습니다. 하루종일 낮시간에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비몽사몽 상태였지요.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지금 막 고향에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근래는 자꾸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향길이 먼 데다, 혹여 고향에 갔다가 지난해 죽은 다섯째 아들의 죽음을 시어머니가 눈치챌까 봐 저희가 선뜻 나서지도 못하지요.
시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자식들에게 강조하여 다짐을 받아 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은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것과 화장하지 말라는 것이었지요. 육 남매 중 셋째인 제 남편이 묵묵히 시어머니의 유언 같은 당부를 지켜내고 있는 거예요. 며칠 전에는 시어머니가 식사를 안 하고 있다가, 제 남편이 자꾸 권하고 강제로 떠먹이니까 밥그릇을 팽개쳐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렇게 식사도 안 하시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요양원에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제 남편이 속상한 마음에서 농담처럼 말했다가 시어머니에게 지팡이로 호되게 두들겨 맞고 말았지요. 시어머니에게 요양원은 아들에게조차 지팡이를 날릴 만큼 정말 싫은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오늘 밤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잠도 올 것 같지 않습니다. 시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더 심해지면 어쩌나, 시어머니의 배변 실수가 반복되면 어쩌나, 저와 남편의 마음이 달라지면 어쩌나, 다른 형제들을 원망하게 되면 어쩌나, 제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 때문이지요.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아이들과 동료, 후배들에게 도덕적인 삶을 강조하여 교육한 사람으로서 저의 가치와 신념을 스스로 꺾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큽니다. 제가 살아보니,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고 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