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시어머니방으로 갑니다. 자다가도 밤중에 두어 번 시어머니방에 가서 어머니를 살펴보는 게 제 남편의 습관이자 일상이지요. 그리고 저희 부부가 쓰는 방문을 아예 활짝 열어놓고 사는지가 꽤 오래되었어요. 시어머니가 아무 때나 저희 방에 오거든요. 그 이유는 대부분 휴대전화 때문이지요.
시어머니는 한밤중에 휴대전화를 만지다가 손전등 기능이 켜지니까 놀라서 저희 방으로 가지고 온 일도 있습니다. 또 누구에겐가 잘못 걸어서 상대방이 심하게 화내고 욕을 하면 가지고 와서 저나 제 남편을 바꾸어 주기도 하지요. 때로는 누구와 통화하고 싶다고 연결해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으면서 시간 개념이 없어지니까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저희 방으로 건너오는 것이지요.
시어머니는 예전부터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화하는 것을 거의 취미 생활처럼 여기고 즐겼습니다. 제가 볼 때는 전화 통화를 통해서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 같았어요.
한때 기관이나 회사에서 간부들에게 사용료를 내주는 업무용 휴대전화기를 제공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공받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기인 셈이었지요. 지나간 일이니까 말하지만, 그걸 잘 아는 시어머니는 제 남편이 퇴근하면 휴대전화기를 달라고 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어머니였기에 치매를 앓으면서도 휴대전화기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함이 없었지요.
어제 아침에는 제 남편이 시어머니 방에 들어가자, 큰소리로 말하는 게 들렸습니다. 저희 부부의 방과 시어머니의 방이 거실을 사이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귀가 어두운 시어머니와 소통하려면 서로 큰 소리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다 들리지요. 그리고 두 방의 문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더 잘 들립니다.
"쟤가 뭐 잘못한 일이 있냐? 누가 자꾸 전화해서 '며느리년은 잘 있소' 하고 물어."
"그런 일 없어요."
"아니, 자꾸 전화하는 거 보니까 쟤를 해칠 거 같아. 조심하라고 해."
"그런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침 산책을 나가려는데 시어머니가 따라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지요.
"누가 나한테 자꾸 전화해서 '며느리년은 잘 있소' 하고 물어. 너 조심해라."
그날 점심은 남편과 형제들이 시어머니와 함께 나가서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또 짐짓 심각하게 말하더랍니다.
"아무래도 갸가 뭘 잘못했나 봐. 누가 자꾸 전화해서 '며느리년은 잘 있소'라고 물어."
저녁 식사를 하는데 시어머니는 또 저에게 몇 번이나 그 말을 했습니다.
"야, 너 뭐 잘못한 거 있냐? 누가 자꾸 전화해서 '며느리년은 잘 있소' 하고 물어."
제가 짚이는 데가 있어 시어머니의 휴대전화를 달라고 해서 통화기록을 살펴보았습니다.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작년에 죽은 다섯째 아들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던 기록이 남아 있었지요. 최근에 다섯째 동서로부터 시동생이 쓰던 휴대폰을 해지했다고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시어머니가 다섯째 아들의 단축키를 눌러 전화를 했을 때, 아마 없는 전화번호라고 안내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통신사에서 없는 전화번호라고 안내하는 그 말을 '며느리년은 잘 있소?'라고 잘못 들은 것이지요. 제 생각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다 굳이 '년'자를 붙여서 '며느리년'이라고 들은 것, 바로 코앞에서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며느리년'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어머니의 내면에 있는 저나 다른 며느리에 대한 불편한 의식을 잘 드러낸 표현일 것입니다.
어쨌든 시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여전히 휴대전화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전화를 했는지, 누구에게서 걸려 왔는지를 잘 구분하지 못해요. 그리고 한밤중이건 이른 아침이건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전화를 하는 것은 큰 문제지요. 요즘 시어머니가 가장 전화를 많이 거는 대상이 지난해 죽은 다섯째 아들이에요. 시어머니는 정신이 또렷할 때는 또렷한 정신으로 다섯째 아들이 궁금하여 전화하고, 의식이 없을 때는 희미한 의식 상태에서 다섯째 아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는 그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