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절대 손대지 마!

by 전우주

제가 2학기 늘봄학교 강사 면접심사 업무를 마치고 나오자,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11통이 찍혀 있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곧바로 요양보호사에게 전화를 했지요.


"오늘도 할머니 못 씻겨 드렸어요. 제가 자꾸 씻어야 한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당신 목을 할퀴며 자해하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러실 때는 저도 무서워요."


저희 시어머니는 벌써 며칠째 씻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방이 덥지 않도록 에어컨을 계속 켜놓기는 하지만 더위가 극심한 여름날이라 걱정이 크지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씻지 않으면 옷도 갈아입지 않게 되니 그것도 대략 난감하고요.



저는 심사 결과를 서둘러서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이미 퇴근하고 없어서 더는 오전에 있었던 상황을 자세히 듣지 못했지요. 제가 시어머니를 살펴보니까 목이 벌겋게 부어 있었어요. 손톱으로 할퀸 자국도 핏기가 남아 있었고요.


"그 여자가 내 돈을 가져가려고 했어."


시어머니는 저를 보자, 그 일이 다시 생각나는지 또 화를 냈습니다. 시어머니는 속바지 주머니를 움켜쥐고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을 보고, 저는 요양보호사와 시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일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요. 아마 요양보호사가 시어머니를 씻길 요량으로 욕실로 안내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옷을 벗기려고 했겠지요.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시어머니는 요양보호사를 강하게 의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 이 옷 속에 내 돈이 있는데?'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자꾸 재촉했겠지요. 시어머니는 벌써 며칠째 안 씻었으니까요. 사실은 저도 아침에 나가면서 시어머니에게 오늘은 꼭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지요. 시어머니가 제 말은 그나마 좀 듣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로서는 씻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야 하고, 옷을 벗으면 요양보호사가 주머니에 넣어둔 돈을 가져갈 것 같으니까 옷을 벗을 수가 없었겠지요. 결국 시어머니는 스스로 목을 할퀴고 소리를 지른 것이지요. 시어머니로서는 돈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어를 한 셈이지요. 옆에서 보살피는 사람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요. 요양보호사는 치매 환자 돌봄에 대한 교육을 받았지요. 하지만, 매번 치매 환자로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했습니다. 저희 집에 오는 요양보호사도 때로는 억울하고 불편한 일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요즘 시어머니 방에는 온갖 물건이 잡화점처럼 쌓여 진열되어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제가 시어머니의 침대 머리맡에 있는 국수와 물비누 봉지를 가지고 나오니까 '그거 다 내 거야'라고 소리쳤습니다. 시어머니의 돈에 대한 집착은 꽤 오래되었지요. 그리고, 요즘은 물건에도 부쩍 집착합니다.


시어머니는 죽은 듯이 누워 있다가 제 남편이 퇴근하자,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 남편이 시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서 나가고 나서야 소동은 끝이 났지요. 제 남편은 시어머니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고, 자주 가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까지 하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국수를 찾는 모양새로 주방 여기저기를 열어보고 기웃거렸습니다. 제가 국수를 가져갔다고 시어머니가 제 남편에게 말한 모양이에요.


"국수가 햇볕 드는 데 있길래 찬장에 갖다 두었어요."

"상하면 버리면 되지. 뭘 가져와서 저 사달이 나게 해요."


조금 전에는 저희 시어머니가 나오더니 누가 당신 방에 왔다 갔다고 저에게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아무도 안 왔다고 말했지요. 그러나 시어머니는 제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계속 말하며 옆에 서 있습니다. 결국 제가 시어머니 방에 함께 가서 살펴보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 한밤중에도 집안 곳곳을 서성거립니다.


시어머니는 99세의 치매 2등급 환자입니다.[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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