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1교시 수업을 담임교사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1교시보결수업이 배정되었습니다. 5학년 담임 선생님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출근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부랴부랴 해당 교실에 가 보니, 국어 시간이었는데 수행평가가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결수업 중에 처음 만난 아이들의 교과활동을 평가할 수는 없었지요. 갑자기 보결수업을 하게 되어 교실 들어가면 이렇게 난감한 상황에 당황하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받아쓰기 시험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불이라도 난 것처럼 소란을 피웠습니다.
"에이, 저희 5학년이에요."
"받아쓰기는 1학년 때나 하는 거죠."
"선생님, 저희를 무시하시는 거예요?"
그러나, 큰소리치던 것이 무색하게 아이들의 받아쓰기 시험 결과는 처참했지요. 이런 결과는 단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나 보결수업을 했던 학급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장이었을 때, 전 학년의교실에서 '교장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쓰기 능력 실태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제 기대에 한참 못 미쳤지요. 그 후,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학년에서 받아쓰기와 글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받아쓰기는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쓰는 국어 교과의 듣기와 쓰기 영역입니다. 초등학교에서는 받아쓰기를 주로 1~2학년에서 하지요. 이때 받아쓰기를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이후로는 받아쓰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1학기에는 무리한 받아쓰기, 알림장 쓰기, 일기 쓰기 등을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알림장을 쓰지 않고 가정통신 전용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만큼만 받아쓰기를 했던 아이들의 받아쓰기 능력은 제가 보결수업을 했던 5학년 교실에서 본 결과와 같거나 비슷할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초등학교에서 한글교육, 특히 받아쓰기와 글쓰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언어든 능숙하게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과 연습이 가장 효과적이고, 이것은 전통적인 학습 방법이기도 하지요. 즉 받아쓰기는 글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래된 언어 학습 방법 중 하나입니다.
보통 받아쓰기를 할 때,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불러주는 말을 잘 듣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 부호를 맞게 써야 합니다. 또한 받아쓰기는 사전 준비와 결과 처리가 비교적 쉽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여 평가를 겸하는 학습 방법이기도 해서 학교와 가정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성인이 된 사람들은 꽤나 힘들었던 어릴 적 '받아쓰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쓰기 실력의 바탕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국어가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말과 글이다 보니, 국어를 잘 알고 있다는 자만과 함께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외국어 학습과 비교하여 볼 때, 그 시간과 집중도에서 국어를 학습에 대한 노력이 덜한 것 같아요.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에 대한 국어 교육을 위하여 놀랄 만큼 많은 교육 시간을 배정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7년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초등학교 1∼2학년의 한글 교육 시간이 이전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 국어 교육의 중요성과 학교 현장에서 필요성을 인식한 교육 정책이지요. 한글 수업은 2016년까지는 1학년에만 27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17년부터 전체 68시간이 늘어, 1학년 57시간, 2학년 11시간이 늘었습니다. 특히, 1학년 1학기에는 51시간을 배정하여, 입학초 입문기에 한글 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어 교과에서 다루는 여러 영역들은 모두 중요합니다. 그리고, 국어 교과의 영역들 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를 학습하는 데는, 듣기, 쓰기, 읽기, 말하기 능력이 기초가 됩니다. 그만큼 꾸준히 학습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되지요. 언어 교육에서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은, 학습 내용을 기억하고 유지하며 언어를 사용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쓰는 받아쓰기는 1~2학년에서 집중적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학년에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단계에서 국어의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