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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6. 2023

내게는 놀라운 MZ 교사들의 학교 생활

- 말하면 꼰대 되는 MZ 세대 씹기 -

지난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차를 마시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그날 모인 친구들이 모두 학교나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만난 사람들이어서 대부분 이야기도 그와 관련된 것이었지요.


아직 교장으로 재직 중인 한 친구가 MZ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저희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다른 MZ 선생님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듣고 모두 깜짝 놀랐지요. 그리고 누군가 말했어요.


"그런데 우리들이 그 나이였을 때, 선배들도 우리에게 놀랍다고 했을 거야. 우리가 MZ 선생님들에게 놀라듯이 말이야."






* 커피를 내려서 혼자 마시는 MZ


저도 가끔 혼자서 커피를 마십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모두 마시지 않겠다고 했을 때 말이지요. 그런데 MZ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묻거나 권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마시고 싶을 때,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려서 당연히 혼자 마십니다. 왜냐하면, 그 커피콩은 MZ 선생님이 사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를 사 들고 와서 오전 내내 마시기도 하지요.



제 아들에게 커피를 혼자서 마시는 MZ 선생님 이야기를 전하며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MZ 아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 담배까지 사다가 권하는 거 보셨어요? 담배나 커피나 다 기호품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커피 문화가 그건 아니잖니?"






** 교실 청소를 파출부에게 맡기는 MZ


어느 날, 제 친구가 학교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오래되고 권위적인 표현으로는 '교내 순시'라고 하지요. 누군가 교실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교실을 지나쳤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낯선 사람이라 되돌아가서 물었지요.


"누구신데 여기서 청소를 하시는지요?"


"저요?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청소하는 사람이에요."



제 친구가 그 교실의 담임 선생님을 불러서 물었습니다. 그리고 들은 답변이 이랬지요.


"교장선생님, 저는 청소를 해본 적이 없어요. 몇 번 해 봤는데 못 하겠어요. 그래서 파출부를 부르는데, 그러면 안 되나요?"







*** 용달 공동구매로 짐 싣고 전근 가는 MZ


해마다 2월 초에 교원 인사 발령이 나면, 이후 며칠 동안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학교가 어수선합니다. 어느 날, 제 친구는 교장으로 승진 발령 난 교감 선생님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점심을 먹고 학교로 들어오던 길이었습니다. 앞서 가던 1톤 트럭 한 대가 교문 쪽으로 꺾어 들어가더니 멈추었어요. 배움터지킴이가 교문 앞에서 차를 세운 것이지요.


제 친구가 타고 있던 차도 앞에서 멈춘 트럭을 따라 멈추었지요. 제 친구는 차가 멈춘 김에 내려서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살펴볼 생각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트럭 운전사와 배움터지킴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5학년 7반 교실이 어느 쪽 건물이에요? 그리고 1학년 3반 교실은 1층이라고 했는데 입구가 어디지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00 초등학교 선생님 세 분이 이 학교로 발령 났다고 짐을 갖다 두라고 해서요."



선생님들은 개인적으로 구입하거나 만들어서 쓰는 교재, 교구, 책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그것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교실에 두고 쓰지요. 사람에 따라 이런 짐들이 승용차로는 한 번에 실어 나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사하기가 너무 싫은 어떤 선생님은 선호하지 않는 학년인데도 그 교실을 쓰면서 같은 학년을 맡겠다고 하기도 했어요. 거의 이사하는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지요.


제가 교사일 때는 전근을 가게 될 것이 확실해졌을 때 조금씩 짐을 날라서 집에 두었다가 새 학교로 다시 조금씩 옮겼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짐을 제자리로 나르는 데만 꽤 여러 날 걸렸던 것 같아요. 당연히 귀찮고 힘들었지요. MZ 선생님들의 용달 공동구매는 생각지 못했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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