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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6. 2023

비 오는 날, 먼지 폴폴 나게 맞을 뻔함

- 카페에서는 소곤소곤  -

해는 비가 참 많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뒤 20일 간 전국에 쏟아진 비가 이미 평년 장마철의 강수량을 넘어섰다지요. 그런데다 기상청은 또 이런 일기예보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느리게 북상하고 있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1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계속해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오후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원래 계획은 바깥에서 만나 걷기로 했는데,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때문에 실내 모임으로 바뀌었지요. 특히, 요즘 인기 있다는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과 '룽고'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저희는 카페에 들어가 1층에서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저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요. 유난히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입구 쪽에 있는 큰 테이블에 앉은 다섯 사람들이었어요.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넓은 홀을 장악해 버렸지요.


제가 정리 선반이 있는 곳으로 물을 가지러 갔을 때, 마침 카페 직원을 만났습니다. 저는 직원에게 너무 시끄럽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소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끝내는 저희가 못 견디고 예정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습니다. 몇몇 다른 자리에서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요.


"저기요, 너무 큰 소리로 말씀하고 계셔서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요."


제가 카페를 나오다가 그 사람들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다섯 명이 일제히 저를 쳐다보았지요. 순간, 저는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뒤따라 온 제 친구가 이 상황을 모르고, 너무 시끄럽게 한다고 한 마디 거들었지요. 그러자 여자들의 표정이 더 험악해졌습니다. 저는 애당초 사과받을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이 놀라거나 미안한 기색을 보일 줄 알았지요.


저희는 서둘러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오늘 운이 좋았어. 그 사람들, 한 마디 더했다가는 뺨이라도 한 대 칠 기세였거든."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말했지요.


"그런데, 우리가 아직도 도덕 시간인 줄 착각하는 것 같아."

"그 사람들 지금 우리를 욕하고 있을 거야."

"맞아, 어디 가서 먼지 폴폴 나게 맞을 할매들이라고 할 거야."


장마를 뚫고 만난 제 친구들은 오늘처럼 운수 좋은 날에 그냥 갈 수 없다고 입을 모았지요. 저희는 인삼주 한 잔에 삼계탕을 든든하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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