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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6. 2023

학교괴담; 화장실의 곡소리

- 학교 화장실이 불편한 아이들 -

제가 근무하는 교사연구실은 학교 건물 3층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이 복도 건너편에 있지요. 또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복도 반대 방향 끄트머리에도 화장실이 있어서 제가 있는 곳까지는 아이들이 자주 오지 않지요.


제가 아이 우는 소리를 들은 것은 오후 수업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지요. 저는 처음에는 교사연구실 바로 옆에 있는 영어교실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보다는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였지요.


"도와줘요!"


제가 복도로 나가서 들으니까 그 소리가 울려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울음소리와 섞인 목소리는 남자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조차 구별되지 않았지요.


저는 먼저 가까운 쪽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남자 화장실은 조용했어요. 저는 얼른 옆에 있는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지요. 여자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가 맞았어요. 그리고 소리는 여덟 칸의 화장실 문 중 유일하게 잠겨 있는 곳에서 나고 있었지요.



"선생님인데 무슨 일이니? 문 열어 볼래?"


"화장지가 없어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큰 두루마리 화장지 통이 화장실 바깥쪽에 붙어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많은 화장실 칸칸마다 화장지가 떨어졌을 경우 즉시 제공하면서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공동으로 두고 쓰기도 하지요.


저는 아이에게 분명히 화장지가 많이 필요한 일일 것이라고 짐작했지요. 그래서 손으로 화장지를 둘둘 말아서 문 아래 틈으로 넣어 주었지요.


"이거면 되겠니?"


"아니오. 더 주세요."


저는 처음에 준 것보다 더 많이 갖다 주었어요. 그 사이 아이도 울음을 그쳤지요.


"이제 나올 수 있겠니?"


"밖에 누구 없어요?"


"선생님밖에 없어. 더 도와줄 일이 없으면 나도 나갈게."


제가 나가기도 전에 화장실 문이 열리고 얼굴이 벌겋게 된 아이가 나왔지요.


"고맙습니다."


저를 보더니 아이가 수줍게 인사하고 손을 씻었어요. 낯선 얼굴인 걸로 보아 제가 수업하는 반의 아이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교사연구실로 돌아와서 화장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지요. 그랬더니 저와 같은 연구실에 있던 신규교사 두 사람은 아이가 우는 소리를 못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꽤 큰 소리였는데 말이에요.



학교에서는 가끔 화장실 안에서 울고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요. 특히 여자 아이들이 많이 그렇지요. 오늘처럼 화장지가 없거나 모자라는 일도 있고, 갑작스러운 생리를 처리하는 것이 당황스러워서 울기도 해요. 심지어 저학년과 고학년이 함께 쓰는 화장실에서는 저학년 아이가 사색이 되어 엉엉 울면서 교실로 온 일도 있어요. 화장실에서 피 흘린 것을 보았는데 누군가 죽었을 거라고 찾아보라면서요.  


그리고 화장실에서 운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자기가 겪은 불편한 상황이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해요. 화장실이라는 곳이 매우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지요.


최근에는 학교 공간을 아이들과 친숙한 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학교에 비하면 시설과 환경이 아주 좋아졌지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모여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화장실은 여전히 불편한 곳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살고 있는 주거 환경의 발전된 변화를 학교가 따라가기에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또 오늘 같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아이들에게 생기기도 하고요.


어쨌든 아이들에게 학교 화장실은 행복하지 않은 공간인 것 같아요.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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