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과속 단속에 대응하는 방식

by 전우주

순발력(瞬發力)이란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말하거나 행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리고 재빠르고 날쌘 성질을 민첩성(敏捷性)이라고 하지요. 저는 오랫동안 시어머니를 곁에서 보면서, 시어머니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매우 뛰어난 순발력과 민첩성을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알고 있지요. 그중 하나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30년 전쯤에 있었던 일인데, 추석 때였습니다. 시댁에서 추석을 지낸 다음 날, 저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들렀다가 집으로 간다고 했지요. 그런데 시어머니도 시내에 볼 일이 있다고 저희를 따라나섰습니다.


명절 연휴이고 시골길이라 다니는 차량이 적어 도로가 한산했어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 과속 운전을 하게 되었지요. 저는 조수석에 앉아 운행속도 계기판을 보면서 남편에게 속력을 낮추라고 말하고, 한편으로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는 지점을 알려 주었어요. 그때만 해도 내비게이션이 없었고, 과속 단속카메라가 있는 지점에 이르면 신호를 보내어 알려주는 GPS 수신기 정도가 있었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저만치 앞에서 스피드건을 들고 서 있는 경찰관이 보였어요. 그때는 과속 단속 경찰관이 현장에서 스피드건을 들고 과속을 단속하는 일이 흔히 있었지요. 특히 명절 연휴 기간에는 늘어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시골길까지 단속하고 있었던 거예요.


스피드건은 레이저를 자동차에 발사하여 반사되는 속도로 자동차의 속도를 측정하여 과속 여부를 판단하는 장비지요. 스피드건은 120m ~ 1200m까지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단속을 인지하고 속도를 늦추어도 이미 속도 측정이 끝난 뒤여서 소용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스피드건 과속 단속에 저희가 걸린 거예요. 제 남편은 당황하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자동차가 급제동하자 차가 앞으로 쏠리고, 뒷자리에 타고 있던 시어머니와 아이들도 놀랐지요.


"뭔 일이 났어?"

시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저기 앞에서 경찰관이 과속 단속하는데 걸렸어요."



이윽고 저희가 탄 자동차가 경찰관이 서 있는 곳에 다다랐지요. 경찰관이 차를 길 옆으로 세우라고 하더니 운전석 쪽으로 다가왔어요. 남편이 창문을 내리고 죄송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뒷자리에서 비명이 들렸어요. 저도 남편도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지요. 시어머니가 앞 좌석을 붙들고 몸무림 치고 있는 것이었어요.


"아이고, 배야. 아이고, 나 죽네. 사람 살려!"


시어머니의 비명과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난무한 차 안을 들여다본 경찰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서 가라고 했어요. 그 경찰관은 앞에서 단속 중인 팀에게 저희가 탄 차량 번호를 무전으로 알려줄 테니 염려 말고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고 덧붙여 말했지요.


얼떨결에 그곳을 벗어난 남편은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저희가 더 놀랄 일이었지요.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으니까요.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저는 시어머니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아프다거나 힘들다고 하면, 저는 얼마 큼을 빼야 진실일까 하고 의심하며 계산해 보는 버릇이 생겼지요.


이제 시어머니는 99세의 치매 2등급 환자입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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