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좀 바뀌면 어때>
치느님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한국에 있는 치킨집이 훨씬 더 많다고 하니 이제는 꿩이 닭을 모셔야 할 시대가 왔다. 꿈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다들 비싼 꿩을 구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닭을 먹었듯이, 우리는 꿩이라는 하나의 큰 꿈을 이루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닭이라는 원치 않던 차선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선책이었던 닭이 최선책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매운맛도 있고 달짝지근한 맛도 있고, 심지어는 민트맛 치킨까지 있으니 다양하기까지 하다.
슈퍼스타 k 오디션을 보기까지만 해도 내가 무대에 선다는 꿈은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거나 소속사 오디션을 통과해야지만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운동선수는 물론 유튜버, 일반인도 방송에 나와 예능을 하고 있으니 다양한 차선책으로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나 역시 남들 앞에서 무대를 서보고 싶었던 꿈을 결국 미국에서의 밴드 보컬이라는 '꿩 대신 닭'의 방법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 그 성취감의 맛은 매콤 짜릿한 볼케이노 치킨의 양념 맛이랄까.
우리는 공부를 왜 하는 걸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부의 이유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얘기 할 것 같다.
"좋은 회사 가서 돈 많이 벌려고요."
예전엔 좋은 회사라는 꿩을 잡으면 앞길이 창창하고 인생이 탄탄대로일 거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어떤가. 평생 집 한 채 사기도 어렵다. 안정적인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꿩 한 마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가까운 양계장 속 수많은 닭이 보이는데도 굳이 잡기 힘든 야생의 꿩을 잡고 싶다. 더 비싸 보이고 잡기 힘들어 보이기에 승부욕이 생긴 걸까.
나도 한때는 숲을 열심히 뒤져서 겨우 겨우 꿩을 잡았었다. 근데 웬 걸.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잡기 전에는 그렇게 맛있어 보이고 비싸 보이더니 잡고 나니 별거 없었다. 그래서 잡아놨던 나머지 꿩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한 양계장을 발견했다. 수많은 닭들이 내 주위를 뛰어다녔다. 내가 원하는 녀석을 발견했지만 어찌나 빠른지 꿩만큼 잡기 힘들었다. 그런데 잡고 나니 웬 걸.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또 다른 녀석을 잡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의 난 대기업이란 꿩을 놓아주고 수많은 닭을 잡아 N잡러가 되었다. 돈도 회사 때보다 더 벌었으니 이 정도면 토종닭을 잡은 것 같기도 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는 평소 모험은커녕 일상 속에 어떤 일탈도 하지 않는 스타일의 삶을 살던 월터라는 주인공이 분실된 잡지 표지의 필름을 찾는 스펙타클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한 장면 중에 월터가 이성 매칭 사이트에 가입하고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메세지를 보내지만 오류가 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월터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었는데 매칭 본사 측에서 뜻밖의 답변이 돌아오게 된다.
"고객님은 가입 신청서 항목 중 '특별한 경험' 부분을 입력하지 않으셨습니다" _본사 측
"건너뛰기를 눌렀는데요?" _월터
"그럼 혹시 특별한 일을 해보신 적은요?" _본사 측
나도 꿩을 잡기 위해 산으로 가는 과정에서 내 주위에 있던 수많은 기회와 소중한 것들을 건너뛰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주위에 있는 예쁜 꽃들도, 저 멀리 비춰지는 붉은 노을도, 에메랄드 빛이 선명한 드넓은 바다도 수많은 기회의 닭들도.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이제는 지나간 날을 후회하느니, 늦었다고 후회하기 전에 주위를 다시 둘러보기로 한다. 오늘은 어떤 맛의 치킨을 먹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