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좀 바뀌면 어때>
“진짜 멋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어?”
“나는 겁나서 못할 것 같은데 진짜 부럽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 뒤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들이다. 근데 난 그들보다 대단하지도 멋있지도 않다.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회사라는 그룹에 적응해서 잘 다니는 그 친구들이 더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본인에게도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이 맞고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타입과 미치도록 그만두고 싶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억지로 다니고 있는 타입. 대부분이 후자이긴 하다.
내 글을 처음부터 읽고 있는 분이라면 알겠지만 난 변덕이 심하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포기하는 일도 많다. 얼핏 보면 단순하게 사는 것 같지만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하고 포기할 때는 스스로 던지는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의 질문이 있다.
‘나중에 후회 안 할 자신 있니?’
가끔 본인의 결정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다. 근데 결정은 결국 본인이 하는거다. 그러니 책임도 본인이 져야한다. 후회한다는 건 본인의 결정에 확신이 없었다는 걸 수도 있다. 그러니 확신을 가질 때까지 끊임없는 시물레이션을 돌린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면 굶어 죽진 않을까. 다른 대안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었으니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까. 실패해서 퇴사를 후회하진 않을까. 오늘만 버티면 내일은 괜찮지 않을까.
정말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던져본다. 그리고 나오는 최종적인 스스로의 대답을 믿기로 한다. 그래. 퇴사해도 난 먹고 살 수 있어. 그럼 된 거다. 스스로의 대답이 나오고 고민 없이 난 사직서를 제출했다. 망설임 따윈 없었다. 퇴사한 지 4년이 넘어가지만 단 한 번도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다. 하루에 20시간씩 일을 했을 때도, 코로나도 매출이 나오지 않았을 때도 후회하지 않았다. 나의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에 포함되어 있던 일이라 그저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아, 물론 코로나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늘 무섭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해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지, 이러다 혼자 늙어가지는 않을지, 나중에 길바닥에 신문지 펴고 자고 있진 않을지 상상하곤 한다. 이미 내가 생각한 경우의 수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 경우까지는 가고 싶진 않다. 그래도 하루에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상상하면 과부하가 올 수도 있으니 가벼운 일은 빠르게 결정하려고 한다. 작은 후회 정도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으니까.
예전에 친구가 테슬라 주식이 곧 오를 것 같다면서 나에게 투자를 권한 적이 있는데, 주식을 하지 않던 나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듣었다. 후회된다. 이거... 작은 후회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