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인더드림 Sep 23. 2021

쓸모없는 연애 상담

<꿈, 좀 바뀌면 어때>

 테니스를 그만두고 공부에 몰두하던 고등학교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적. 그냥 성적이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었다. 같은 교실, 아니 같은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이 같은 목표를 위해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감았을 거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재미없는 세상이다. 50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같은 공부를 하고 있다니. 그 당시 똑똑하다는 것은 모든 과목에서 점수를 잘 받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가 뭘 잘하는지 아는 것이 진짜 똑똑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네 나이였으면 말이야.."


 10대 시절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나이를 먹긴 했나 보다. 요즘 공부로 힘들어하는 조카들이나 주위 지인들이 고민상담을 해오면 저런 말들이 입에서 맴돌곤 한다. 공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네가 하고 싶은 걸 지금부터 하는 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근데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꼰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으니까. 학업 상담뿐만 아니라 연애 상담도 많이 들어오곤 하는데,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두 명의 친누나, 수많은 사촌 누나들 사이에서 혼자 남자 막내로 키워져 왔기에 여자에 관한 센스는 남들보다 있는 편이다. 한번은 친구에게 연애 상담을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여자친구랑 다투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풀어줘야 하지...?"


  친구의 여자친구에 빙의해 잘못된 점을 한 시간 동안이나 나열했다. 그리곤 화를 풀어 줄 방법도 얘기해주었다. 이벤트 방법까지 말이다. 친구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커플은 정확히 일주일 뒤에 헤어졌다. 맞다. 결국 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어있다. 아무리 주위에서 어떤 조언을 해줘도 결국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어있다. 그날 이후 나의 연애상담소는 문을 닫았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주인공인 쿠퍼가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와 5차원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 공간 한편에서 책장 너머로 과거의 본인과 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일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가족에게 소홀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떠나지 말고 집에 그냥 남길 바라는 마음에 'STAY'라는 메시지를 힘들게 보내지만 결국 과거의 자신은 다시 떠나고 만다.  


 지금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고등학생인 나에게 공부보단 주식이나 기술을 공부하라고 1시간을 붙잡고 얘기한들 과연 미래는 바뀌었을까. 아니.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을 거다. 지금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몇 년만 지나면 정말 공부에 특출난 학생이 아니고서야 수능이 인생에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에게 돌아가 수능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을 거다. 이렇듯 사람은 본인이 직접 겪지 않는 이상 깨닫기 힘들다. 경험하지 못했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냥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보는 스타일이다. 후에 이 도전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깨달아도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걸 테니스를 통해 알았으니까. 지금 눈앞에 수능 같은 미션이 주어져 있다면 그냥 딴생각 말고 그것에만 최선을 다해보자. 실패하더라도 당당하게 실패하자. 그때 공부 조금만 더 할 걸 이란 생각이 머리에 맴돌지 않도록.

이전 04화 반 1등도 틈새시장이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